임상시험 대상자 유족이 낸 사실관계 확인 공개청구 응답하지 않은 의료기관 위법 판결
"요청된 정보가 없더라도 정보가 없다는 답변을 신청자에게 해야할 의무 있다"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임상시험 대상자의 유족이 낸 정보공개청구에 응답하지 않은 의료기관에 대해 법원이 생명윤리법이 정하는 응답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A씨의 아버지 B씨는 지난 2010년 6월 전립선암 진단을 받고 C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지난 2014년 7월 사망했다. 이후 A씨는 2015년 1월 D의료기관에게 신청서를 제출하며, 자신의 아버지가 전립선암, 비뇨기암, 종양치료 대상 연구에 있어 임상시험 대상이었는지 여부에 관한 사실관계를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해당 신청서에는 A씨의 가족관계증명서, 신분증 사본, 의무기록 일부를 포함한 A씨의 아버지 투약력이 첨부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D기관은 현재까지 사건 신청에 대해 문서를 통한 회신을 하지 않고 있다.

A씨는 D기관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10조가 정하는 기관위원회로서 및 같은 법 제19조의 시행규칙,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라목,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제3호 다목 및 행정절차법 등에 따라 자신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응답을 해 줄 의무가 있으므로, D기관이 응답을 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D기관은 자신들은 해당 사건 병원에 소속된 조직에 불과하고 정보공개법이 정하는 공공기관이나 행정소송법이 정하는 행정청이 아니므로 부작위위법확인소송에서 요구되는 피고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또한 A씨의 정보공개 신청은 정보공개법에서 정하는 기입사항인 신청인 본인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가 기재되어 있지 않아 부적합하므로 응답해줄 의무가 없으며, D기관이 A씨의 민원제기에 대해 직접적으로 서면답변을 하지는 않았어도 이미 보건복지부 등 유관기관을 통한 간접답변을 했으므로 부작위가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아울러 D기관은 설사 A씨의 아버지에 대한 임상시험이 이뤄졌다고 해도 투약기록과 같은 자료는 환자 의무기록으로서 D기관이 별도로 보관하는 자료도 아니므로, 여러모로 A씨의 소송이 부적법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구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30조 등 관련 법령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D기관이 의약품안전규칙이 정하는 임상시험심사위원회이자 생명윤리법이 정하는 기관위원회에도 동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의약품의 임상시험은 의약품을 통해 연구대상자를 직접 조작해 자료를 얻는 연구로서, 생명윤리법 제2조 제1호, 생명윤리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제1호가 정하는 인간대상연구에도 해당한다고 판단되므로, 생명윤리법 제19조에 따라 D기관이 정보공개청구의 상대방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기관위원회인 D기관이 정보공개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기관위원회가 항고소송의 상대방으로의 피고적격이 있는 지에 대해 ▲항고소송은 타 법률에 특별 규정이 없는 한 처분 등을 행한 행정청을 피고로 하는 점 등을 볼 때 D기관이 생명윤리법 위탁에 따라 연구대상자(임상시험 대상자)의 정보공개청구 타당성을 검토해 당부를 결정하고 이에 따라 연구자로부터 공개대상 정보를 받아 이를 연구대상자에게 공개하거나 공개 거부를 통지할 의무가 있는 행정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연구대상자로 의심되는 사람의 유족인 자녀의 경우 기관위원회에 대해 생명윤리법령이 정한 절차에 따라 그에 대한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조리상 신청권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씨의 정보공개 신청이 자신의 아버지가 의료진 임상연구 대상에 등재되었는지에 관한 정보공개청구임이 명확하고, 청구의 의사표시가 확정적인 특징이 있는 등 적법한 신청행위로 판단되어 D기관이 이에 응답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정보가 부존재한다는 D기관에 주장에 대해서는 정보가 부존재한다고 하더라고 부존재 자체에 대한 답변을 해야하는데 A씨의 신청에 대한 무응답행위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재판부는 밝혔다.

이를 종합해 재판부는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D기관 부작위 주장은 생명윤리법 및 생명윤리법 시행규칙이 정하는 응답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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