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대한약사회 약국이사

[의학신문·일간보사] 내가 속한 지역 약사들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는 종종 일본 약 판매사이트, 중고거래사이트에서 약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냐고 문의해오는 경우가 있다. 생각해보니 물론 이뿐만은 아니다.

내 이메일에도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 해피드럭을 판매한다는 스팸메일이 일주일에도 몇 개씩이 정기적으로 도착하고 있으니 말이다.

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로서 약국이 아닌 장소의 의약품 판매는 모두 불법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지만, 왜 우리 주변에는 유난히 인터넷에서 의약품 판매한다고 홍보하는 게시글이 많고, 이를 구매하는 일들이 이토록 자유롭고 쉽게 느껴지는 것인지 의아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온라인에서의 의약품 불법판매 사이트에 대한 접근 차단조치를 진행 중으로 국정감사를 통해 매년 그 실적을 공개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그 건수가 연 2만5천 건을 넘어서는 등 4~5년 전 대비 30% 이상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온라인상에서의 의약품 거래가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어, 국민건강의 위협요인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인 것이다.

물론 이유는 있다. 외국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직접 물건을 주문하여 구입하는 해외직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2018년도 추정거래량이 3천만 건에 육박할 정도이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그 구입정보가 공유되고 확산, 전파되는 속도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마약류의약품 거래까지 적발되었다고 하니 그 품목의 대상에 제한이 없음은 분명하다.

온라인 의약품 거래양상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외국에 사업소재지를 두고 의약품을 판매하는 사이트를 통해서 구입하는 ‘해외직구’와 그 출처를 알 수 없는 불법 무허가 제품을 판매하는 사이트에서 구매하는 것이다.

두 경우 모두 본적 없는 외국의 사이트에서 구매하다 보니 위변조 제품이나 변질된 의약품이 유통되기도 하며, 구매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경험담에 의지할 수 밖에 없어 부작용이 발생해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임신중절 용도로 쓰이는 미프진은 국내에 허가되지 않은 품목으로, 부작용의 위험성이 높음에도 아무도 지적하지 않고 있어 우려스럽다.

우선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현재 약사법에서는 의약품의 수입은 수입허가를 얻은 자와 취급 권한이 있는 약국 등에서만 취득, 판매가 가능한 것에 반하여, 관세법에서는 자가사용목적으로 6병 또는 3개월 이내 사용 분량에 대해서는 그 통관과 관세를 면해주고 있다.

두 법에서 서로 제한하는 내용이 상충하고 있는데,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반입이 허용되도록 그 기준을 현재보다 세분화하고 제한하는 방법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다 알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완벽히 통제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온라인을 통한 의약품 거래는 장점보다 폐해가 분명하기에 구매자 스스로가 온라인을 통해 의약품 거래의 위험성을 인식하도록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그 부작용 사례, 불법판매업자 단속적발사례 등을 소개하여 구매자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고취할 필요가 있다.

이미 약사회에서도 약바로쓰기운동본부 활동을 통해 전국 초·중·고, 노인 등을 대상으로 의약품 안전사용 교육을 진행하며 온라인 거래의 문제점을 홍보하고 있듯이 이를 더욱 확장하여 정부, 약사회, 제약회사, 시민단체 등이 공동으로 홍보사업을 진행하거나 캠페인 등에 나서는 등 상호협력해 나가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약을 쉽게 생각하고, 구입하고, 많이 먹고, 익숙해지는 것은 바람직한 상태일 수 없다. 이른 시일 내에 제도가 정비되고 온라인 의약품 거래의 위험성에 대한 국민 인식이 확산되어 의약품은 반드시 필요한 때에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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