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허용 시기·사회경제적 사유에 따른 낙태 허용 등 입법 개선 2021년 전까지 마련돼야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의료계를 넘어 전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였던 ‘낙태죄’ 인공임신중절수술에 관해 헌법재판소가 올해 합헌불합치 결정을 내린 가운데, 낙태를 허용·금지하는 구체적 임신주수의 결정 등 향후 입법 시 보완 과제를 남기게 됐다.

낙태죄가 전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된 것은 오래 전부터지만 실질적으로 지난 2017년 10월 청와대 홈페이지에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 청원이 올라오면서부터 시작됐다.

자기낙태죄로 불리는 형법 269조에 따르면 낙태한 여성은 1년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이하의 벌금을 내야하며, 의사낙태죄로 불리는 형법 27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이는 수술을 해주는 의사까지 죄가 적용된다. 지난 2012년 낙태죄 판결에서 헌재는 태아의 생명권에 비중을 둬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었다.

산부인과의사회 등 의료계에서도 낙태죄가 환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데다가 선의의 의도를 가지고 시술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내몬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조국 민정수석은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낙태죄 위헌법률 심판 사건 과정을 통해 재차 사회적이나 법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논란속에 헌재는 지난 4월 산부인과 의사 A씨가 낙태의 형사처벌이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9명 중 4명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나머지 3명과 2명이 각각 단순위헌과 합헌 결정을 내려 최종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렸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 4인은 형법 269조 조항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밝혔으나, 임신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형벌을 부과하도록 한 점에 대해서는 임신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있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형법 270조에 대해서는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해 낙태갈등을 겪는 경우까지도 에외 없이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다만 단순 위헌 결정 시 모든 임신기간에 일어나는 낙태를 처벌할 수 없음을 고려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고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선 입법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러한 헌재의 판결에 따라 사회 각계의 화두는 태아가 독자상태가 되기 전, 낙태를 허용하는 시기를 언제까지로 볼 것 인지와 여성의 자기결정권 행사에 대한 문제, 사회경제적 사유에 따른 낙태 문제, 숙려기간 등의 절차 구비 마련 문제 등의 구체적 입법 논의로 넘어가게 됐다.

이석배 단국대 법과대학 교수를 비롯한 일부 법조계에서는 낙태 허용 기간에 대해 임신 12-14주 기간 이전에는 낙태 결정 사유를 묻지 않을 것과 임신 12-14주부터 22-24주 기간 사이에 낙태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반면 홍순철 고려대학교 산부인과 교수는 낙태 허용기간을 임신 10주로 제한할 것을 주장했다. 홍 교수는 “임신 10주부터 태아는 장기와 팔, 다리가 모두 형성되어, 사람의 모습을 완성하며, 임신 8-10주 이전에 낙태수술이 상대적으로 여성 건강에 부담이 적다”고 밝혔다.

한편 낙태 시술에 대한 의사의 거부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의 낙태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 낙태가 허용되더라도 안전한 낙태시술을 위한 전문 의료기관을 마련할 것과 의사가 거부할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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