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계류 4년여만의 합헌 판결…영리화 방지·의료질서 확립 등 공익적 가치 우선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지난 2015년 시작된 1인1개소법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약 4년여만에 합헌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사건의 발단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트워크병원인 유디치과가 저가 임플란트를 내세우며 지점을 확대해가자 치과계는 우려했고, 이후 대한치과의사협회와 전면전을 치르는 도중 네트워크병원이 사무장병원 개념이며, 불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2011년 당시 민주통합당 양승조 의원은 의료법 33조 8항에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존 법은 ‘병원 개설만 금지하고 다른 병원 경영엔 참여가 가능하다’고 해석됐는데, 새 법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단서가 추가됐다. 이는 국회를 통과해 2012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는데, 입법부터 치과계가 유디치과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져 ‘유디치과법’ 또는 '1인 1개소법'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입법취지는 불법 네트워크병원을 제한할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의료법인의 활동을 제한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후 개원의인 A씨가 이중개설금지법을 위반한 데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진료비 지급을 거부하자, 청구인인 A씨는 해당 조항이 헌법애 위배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2015년 1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냈으나 공개변론 등이 진행되는 가운데 헌재의 판결은 계속 미뤄졌다.

헌재의 판결이 계류되는 동안 네트워크 병원인 유디치과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 환수처분 부당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크고 작은 재판이 진행됐다.

네트워크병원인 유디치과를 비롯한 병원들은 네트워크병원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의료인의 진료 자체를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주장하는 반면, 치과의사협회 등 의료단체와 시민단체 등은 네트워크병원 확대를 통한 의료영리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1인 1개소법 수호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의료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8월 헌법재판소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 위헌제청(2014헌가15)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 등 위헌확인(2015헌마561)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 위헌소원(2016헌바21)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위헌소원(2014헌바212) 등 1인 1개소법과 관련된 4건의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을 병합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영리화를 막고 건전한 의료질서 확립을 추구하는 1인1개소법의 공익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과잉금지 원칙·신뢰보호의 원칙·평등 원칙에 위배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전달했다.

헌재는 “해당 법 조항이 금지하는 중복 운용 방식은 의료기관의 운영주체와 실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을 분리시켜 실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을 다른 의료인에게 종속시키게 하고, 지나친 영리추구로 나아갈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 같은 판결에 유디치과 등은 선진화된 의료기관의 출현과 가격경쟁을 통한 의료비절감 기회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반면 치협 등 의료계 단체와 건보공단은 헌재의 공익적 가치 우선 판결에 크게 공감하고 나섰다.

치협은 “합헌 판결로 국민들이 더욱 안심하고 의료기관을 찾을 수 있으며, 의료인은 영리추구보다는 책임 진료에 더욱 매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합헌 결정이 내려진 가운데 법령 개정이라는 과제도 1인 1개소법은 남기게 됐다. 최근 개최된 국회토론회에서 적법 개설 의료기관을 명시하고 위반·명의대여 처벌 규정을 명확확히 하는 방안이 제안되기도 했다. 또한 논란이 있어왔던 만큼 전문의가 부족한 분야에 한해서는 일부 예외조항을 두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함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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