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선
연세대학교 의료기기산업학과 PM

- 정경선 연세대학교 의료기기산업학과 PM

[의학신문·일간보사] 독일 뒤셀도르프. 이 지역 명칭을 듣는 전 세계 의료기기 분야 관련 종사자들은 자연스럽게 ‘MEDICA(메디카)!’를 외칠 것이다. 올해로 51회를 맞은 MEDICA는 명실상부 세계 최대 규모의 의료기기 전시회로 자리 잡았다.

필자는 전 세계가 열광하는 MEDICA 2019에 지난 11월 18일부터 21일까지 참관했다. 연세대학교 의료기기산업학과 대학원에 근무하면서 업계 현장을 둘러보며 실질적인 경험을 해보기를 늘 꿈꿔왔는데 마침내 그 소망이 이뤄졌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는 71개국에서 5천200개 기업이 참가했고, 약12만 3천여명이 방문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87개 기업이 참가했고 95개 기업이 한국관을 구성했다. 작년에 비해 부스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이제 우리나라가 국제 의료기기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 같아 내심 뿌듯했다.

MEDICA에서는 최신 의료기기의 트렌드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었다. 그 중 제일 흥미로웠던 것은 일반인들이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의료기기를 접하면서도 이게 의료기기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병원에 들어갈 때부터 나오는 순간까지, 입원실·외래진료실·응급실을 비롯한 모든 진료 과정에서 의료기기는 함께한다. 환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제반되는 위생 시트부터 시술 및 수술 집기, 호흡기까지 환자의 피부가 닿는 모든 행위가 의료기기의 도움으로 이뤄진다.

현재 의료기기 산업은 꾸준히 발전을 거듭하며 미래유망한 분야로 일컬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산업용 로봇을 개발하는 KUKA가 이번 행사에서 의료기기 사업 진출의 청사진을 제시한 점이 주목된다. 건강한 삶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다른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는 기술들을 의료기기에 다양하게 접목할 것으로 예측된다.

수술 성공률을 높이고, 의료진과 환자의 진료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들의 행보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뇌 수술을 집도하거나, 수술 배드에 누워있는 환자의 다양한 영상물을 가상현실로 보며 수술을 진행하는 의료기기는 많은 참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SONY가 야심차게 선보인 3D 내시경은 진화하는 의료기기 산업의 현 주소를 여실히 보여줬다.

다만 최근에 각광받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인공지능, 빅데이터, 가상현실을 활용한 최신 의료기기가 많이 소개되지 않았던 점이 다소 아쉬웠다.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의료기기 업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아직 충분한 기회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의료기기 산업은 앞으로 더 방대해질 것이다. 현재 고부가 가치 의료기기는 소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잡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 국가들은 가격 경쟁력 등을 내세워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모든 기업들은 “더 정밀해지고, 더 정확해져야 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사활을 건 전투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번 MEDICA에 참가한 기업들은 저마다 독특한 강점을 내세우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기기 시장 점유율은 세계 9위이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실제적 위상은 그보다 더 높다. 그 이유는 정부 당국이 의료기기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지목하며 다양한 육성 정책을 내놓고 있고, 업계 종사자들은 밤낮없이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추세에 부응해 의료기기 임상, 품질관리, 인·허가 등 관련 규정에 전반적인 지식을 갖춘 전문 인력 양성은 국내 의료기기 산업을 더욱 더 탄탄하게 만들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연세대 의료기기산업학과 대학원 등 각종 산·학·연·정 연계 프로그램이 알차게 운영되고 있다.

이른 시일 내 MEDICA와 같은 세계적인 규모의 의료기기 전시회에 우리나라 기업이 메인 부스를 차지할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 정부 당국은 과감한 규제 개혁 및 지원 방안을 수립해야 하고, 의료기기 업계는 원천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한다. ‘의료기기 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틀을 다지고 계신 모든 분들의 노력과 수고에 깊은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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