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료원 혁신대책위, 감정노동보호위원회 신설 등 조직 혁신안 발표
‘공식적 첫 태움 개선 사례' vs '처벌 등 알맹이 빠진 혁신안’ 의료계 시각차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간호사 사망으로 물의를 일으킨 서울의료원이 조직개편 및 근로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공식적으로 태움문제를 인정하고 혁신안을 발표한 첫 사례라는 입장과 처벌 등 알맹이가 빠진 조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의료원에서 일하던 故 서지윤 간호사는 지난 1월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서 간호사는 2013년 3월에 서울의료원에 입사해 병동에서 5년간 근무를 했으며, 작년 12월 18일에 간호행정부서로 부서 이동된 이후 12일만에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 간호사의 유서에 '병원 사람들은 조문을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담겨져 병원 내 괴롭힘의 일종인 '태움'이 극단적 선택의 원인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이에 서울시는 서울시와 서울의료원 두 개 노조, 유족이 추천한 전문가로 구성된 진상대책위원회를 지난 3월 발족하고 서 간호사의 사망원인을 조사했으며, 조사 결과 관리자와 조직환경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이 원인이었음을 지난 9월 밝혔다.

대책위는 유가족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책 마련 및 서울의료원 인적 쇄신을 권고안으로 제시했다. 또한 경영진 쇄신, 간호부장 등 해당 간호관리자에 대한 징계, 간호사 노동조건 개선, 괴롭힘 고충처리 시스템 구축 등을 권고했다.

서울시는 권고안을 3달 이내 이행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권고안 이행을 위한 혁신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지난 2일 설명회를 통해 감정노동보호위원회 신설과 조직개편 등 5대 혁신을 발표했다.

혁신안의 구체적내용으로 우선 직장 내 괴롭힘 방지 표준매뉴얼을 개발하고 감정노동보호위원회를 신설한다. 또한 정신건강 분야 인력으로 구성된 보호위는 괴롭힘 문제 접수 처리와 처리 결과 전 과정을 다룰 예정이다.

간호 업무·근무환경 개선도 이어간다. 의료원은 간호사 근무표 개선위원회를 만들어 병동·근무표·직종에 맞는 근무표 개선을 하는 한편, 문제사항으로 지적받은 자리배치 등에 있어서도 업무 특성을 고려한 자리 재배치를 실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30명 규모의 간호사 지원전담팀을 운영해 선임간호사의 업무 부담과 병가, 휴가 등의 인력공백을 완화하는 동시에 신규간호사의 업무 적응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인사팀·노사협력팀 신설 등 조직개편을 실시해 인사·노무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 “첫 공식 태움 혁신안 제시 사례” vs “처벌 등 알맹이 빠진 혁신안”

서울의료원의 혁신안에 대한 의료계와 병원 관계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간호계 일각에서는 간호사 사망에 태움을 인정하고 혁신안을 제시한 첫 사례로 의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간호계 관계자는 “공공병원에 한정되었기는 해도 병원입장에서 쉽게 인정하기 힘든 태움을 간호사 사망 및 병원 문제점으로 공식화했고 혁신안까지 발표한 데서 거의 최초라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공공병원 최초로 간호사 지원전담팀을 운영하는 등 향후 타 병원들이 참고할 만한 점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근무환경 개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정작 책임자들의 처벌 등 알맹이가 빠진 혁신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혁신안 발표 후 진상조사위원회와 시민대책위원회는 “혁신안에 처벌 등 서울의료원 인적쇄신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대책위는 “일부는 병원이 이미 하고있는 것을 계획안처럼 발표했다”면서 “권고이행안을 수용했다고 혁신위가 밝혔는데 무엇을 수용했는지 모르겠다. 권고이행 점검단의 점검도 거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혁신안이 발표되는 같은 날 김민기 서울의료원장은 사건에 책임을 통감하며 사임 의사를 발표했다. 김민기 의료원장은 “혁신위의 혁신방안이 마련된 만큼, 의료원장의 자리에서 물러나 더나은 서울의료원을 만드는 모습을 보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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