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근무 명시해 혹사 우려…정신병원, 구조적으로 참여 자체가 제한돼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정부가 정신응급의료센터 설치 기준을 발표한 가운데, 의료계가 인력 기준 부실 등의 이유로 제도 안착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4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우선 의료계는 정부가 행정예고한 정신질환자응급의료센터 설치 기준이 ‘24시간 근무를 조장하는 현실성 없는 기준’이라며 문제점을 제기했다.

현재 인력 기준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 이상으로 설정돼있으며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또는 전공의 1명 이상이 24시간 근무할 것으로 명시됐다. 명시된 문구만으로 표현하면 일주일간 최대 96시간의 근무를 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정신병원 전문의는 “하루 건너 하루 근무하라는 말인데, 전혀 시대적 흐름과 맞지 않는 정책”이라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정신건강파트 측은 근무 형태를 ‘온콜’ 형태로 간주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신응급의료센터는 법적으로 규정돼있는 정신질환 응급입원환자, 즉 일반응급실 당직의와 경찰이‘자·타해 위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한 환자를 담당하게 되는데 전문의 1명당 입원환자를 10명으로 설정했다.

복지부 정신건강파트 측에서는 전문의 1명만이 정신응급의료센터를 지키는 경우 최대 10명의 정신응급환자를 담당하기 때문에 온콜 형태의 근무로도 환자 대응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원래 응급입원 결정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응급실 당직의와 경찰의 몫”이라며 “정신질환 응급입원환자가 밤에 입원했다 하더라도 다음날 낮에 정신과 전문의가 대응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응급의료과에서는 ‘온콜 대응의 의미는 1시간 내 조치’라며 정신건강파트와 조율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기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가 설정한 기준은 사실상 정신병원과 중소병원들의 참여도 가로막았다.

복지부는 정신응급의료기관 지정 시범사업 조건을 ‘응급실이 설치돼 있거나, 신체질환에 대한 응급처치가 가능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으로 한정했다.

응급실이 있는 병원들이 사업에 참여하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

반대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풀을 갖춘 정신병원은 응급실 설치가 어려워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사업 참여는 상급종합병원과 일부 종합병원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정부 측에서는 사업 참여 가능 의료기관을 전국에 92개소 수준으로 추산 중이다.

이와 관련, 정신병원 관계자는 “무리한 제도 시행으로 인해 정신과 관계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면서 “사업이 연착륙할 수 있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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