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윤
연세대 의료법윤리학연구원장
글로벌사회공헌원 지속가능발전센터장

- 김소윤 연세대 의료법윤리학연구원장 / 글로벌사회공헌원 지속가능발전센터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최근 태국 방콕 마히돌대학에서 주최한 ‘제51차 APACPH(Asia Pacific Academic Consortium for Public Health) 학술대회’에 참가할 기회가 있었다.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일본, 대만,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60여 보건대학원들이 주축이 되어서 각 나라의 주요 보건문제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서로 토의하는 등 활발한 학술교류와 인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좋은 기회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차례 개최한 바 있고, 개인적으로는 2011년, 2017년 대회의 실무 준비를 총괄한 바 있어 2009년부터 매년 참여하고 있다. 또한 집행이사회에도 계속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보건분야의 많은 정책에 대해서 비교제도론 연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몇몇 국가 또는 지역의 정책을 참고하는 경우가 많았다. 언제부터인가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유럽,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서구 국가들의 상황을 참고하여 우리나라에 맞게 변형시키는 경우가 더 많아진 것 같다. 물론 일본, 대만 등 국가의 정책을 연구하기는 하지만, 이전 같이 많은 부분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참고하는 수준 정도이다. 우리나라 보건정책에서 하는 여러 고민들을 세계의 다른 나라에서도 아직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경우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아세안 여러 국가들 특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의 국가들은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여러 방법으로 제도를 배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드라마, 음악의 한류에서 보건의료분야의 한류까지 연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에서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와 의료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과 함께 몽골, 중앙아시아 지역에서의 보건의료 원조 사업도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가나,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보건의료 원조 사업도 매우 활발하다. 이제 보건의료 정책 및 연구 분야도 타 국가에서 배우는 것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역할을 더욱 활발하게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콕에서의 학술대회 기간 중 대만과 일본의 학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제 우리나라가 이들 우리가 많은 신세를 졌던 나라들에 감사의 표시를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현재 대만과는 국교가 단절된 상태이고, 일본과는 여러 가지 역사·경제 문제로 관계가 매우 안 좋은 상태에 있다.

이들 국가들에서는 우리나라 여러 학자들이 자국의 다양한 분야 정책을 참고해서 우리나라의 현재 제도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우리나라의 여러 정책들을 아세안 국가들이 배우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 부러움과 함께, 자신들의 공로에 대해서 감사해 하지 않는 것을 내심 서운해 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우리나라 학자들이 여러 정책을 연구할 때 개별적으로 교류를 해왔기 때문에, 그때그때 감사를 표했겠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일본과 대만 등 그동안 우리가 정책적으로 많은 참고를 해서 도움을 받았던 국가들의 학자들에게 정식으로 감사의 표시를 할 수 있는 계기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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