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환자 5명 중 1명 불과…“증상 발견 시 전문의로 부터 정확한 진단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멜라닌세포 결핍으로 피부에 하얀 반점이 생기는 자가면역 피부질환인 백반증의 국내 환자 수가 지난 9년간 큰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작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비율은 성장세에 미치지 못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피부과학회(회장 서성준)는 제 17회 피부건강의 날을 맞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그 결과 국내 백반증 환자는 최근 9년 간(2010년~2018년) 49,561명에서 62,933명으로 약 25% 증가했다. 그러나 약 30만 명으로 추정되는 국내 백반증 환자 수와 비교하면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비율은 5명 중 1명에 불과한 수준이다.

세대별로 살펴보면 50대와 40대 환자가 각각 20.2%와 16.4%로 가장 많았고, 활발히 사회활동에 전념할 시기인 2030세대의 비율도 29.8%로 비교적 높은 수치를 보였다.

성별로는 여성 환자의 비율이 53.4%, 남성 환자가 46.6%로 여성에서 더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0대에서 30대까지 젊은 층에서는 남성 환자의 비율이 높았으나 40대 이상 환자에서는 여성 환자의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의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동반질환을 분석한 결과, 자가면역질환인 백반증 환자들은 일반인 대비 다른 자가면역질환의 발병 위험도 높았다. 대표적으로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의 대표적 원인 질환인 그레이브스병(2.6배),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나타나는 하시모토 갑상선염(1.6배), 전신경화증(1.5배), 전신홍반루푸스(2.1배), 류마티스관절염(1.3배) 등이다.

대표적인 피부질환인 아토피, 건선, 원형탈모와 같은 피부질환과 백반증에 대한 계절성 비교 조사도 이뤄졌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9년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들 피부질환과 백반증의 월별 환자 수를 분석한 결과, 백반증이 가장 높은 계절성을 띄는 피부질환으로 확인됐다.

계절성은 환자 수가 가장 많은 달과 가장 적은 달의 격차를 비교해 측정한 것으로 백반증은 환자 수가 가장 많은 8월과 가장 적은 5월의 환자 수 차이가 1.6배에 달해 아토피(1.4배), 원형탈모(1.4배), 건선(1.3배) 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다.

대한백반증학회 박철종 회장(가톨릭의대)은 “피부질환은 대체로 계절성을 띄는 경향이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만한 국내 역학조사 결과가 부족한 실정이었다”며 “특히 이번 조사를 통해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백반증에서 자외선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는 점이 증명된 셈”이라고 말했다.

백반증은 환자 삶의 질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피부과학회 산하 대한백반증학회가 21개 병원 1,123명의 백반증 환자를 대상으로 대면조사를 진행한 결과, 53.5%의 환자가 ‘나의 피부 상태는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고 응답했으며, 45%의 환자는 ‘피부상태로 인해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단순 미용질환으로 치부되어 온 백반증이 우울감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및 대인관계와 같은 사회·기능적인 측면에서도 환자들의 삶의 질을 하락시킨다는 주요한 자료로서 의미가 크다.

대한피부과학회 서성준 회장(중앙의대)은 “백반증은 조기에 치료할 경우 충분히 회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아 치료를 받는 환자가 적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고는 하나 흰 반점이 얼굴이나 손, 팔 등 노출되는 신체 어느 부위에도 나타날 수 있다”며 “심리적 우울감을 느끼거나 실제 사회생활에도 큰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발견되는 대로 피부과 전문의로부터 정확한 진단과 조기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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