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연세대·인하대 ‘신규 진료과 개설’ 안배…교수직 보장-독립 학문 정체성 확보 무게감
진료과 영역에 대한 구성원 간 합의·인력 배분 문제는 ‘숙제’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대형병원들을 중심으로 그려지는 입원전담전문의의 미래가 점점 윤곽을 나타내고 있다. 대부분 진료과를 신설하거나 개설 예정인 형태로 입원전담전문의의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지만, 아직까진 진료과 영역에 대한 구성원 간 합의와 인력 배분 문제가 숙제로 남아있다는 평이다.

25일 입원의학전담교수 확대 계획안을 발표한 서울대학교병원은 모집 인원에 대한 처우에 대해 ‘해당 직급 교수와 동일한 복지혜택(사학연금, 학회, 단기연수 등)과 교수연구실 배정’을 내걸었다. 다만,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실제 교수라고 불리는 ‘법인 교수’와 ‘기금 교수’ 직위를 부여하진 않았다.

서울대병원이 발표한 입원의학전담교수 확대 계획안 중 일부. 초안 자료에는 모집 인원에 대한 처우가 명시돼있지 않았지만, 발표장 자료에는 처우 부분이 명시돼 공개됐다.

이와 함께 서울대병원은 이번에 모집하는 입원전담전문의를 ‘입원의학전담교수’로 명칭을 부여했지만, 당장 진료과를 신설하진 않았다. 다만, 향후 진료과 신설에는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정승용 서울대병원 부원장은 “의학회 차원에서 진료과를 만드는 것과 병원에서 있던 과를 만드는 것에 차이가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복지부 차원에서 인정되는 것이 좋겠지만. 서울대병원은 센터로 시작해 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입원전담전문의를 대대적으로 보강하는 대형병원들은 모두 ‘신규 진료과’와 교수직 보장에 무게를 맞췄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연세의료원은 지난 5월 입원전담전문의로 구성된 ‘입원의학과’(Hospital Medicine, HM)를 신설한 바 있다. 인하대병원 또한 지난 2017년 8월부터 전문 과목으로 '입원의학과'를 개설·운영하고 있다.

입원전담전문의 관련 진료과 개설은 별도의 교수 정원이 보장된다는 의미로 진료과장 이하 전문의들이 교수직을 보장 받을 수 있게 된다.

수많은 전문의들이 교수직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교수직 제공이 갖는 의미는 전문의들에게 큰 인센티브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이기도 한 신상도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입원의학전담교수를 인터뷰 했을 때 급여가 큰 문제가 아니란 점을 인식했다”면서 “급여나 복지 정책 보다는 신분 안정과 하나의 의학 분야로서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진료 영역 협의·의사 총 정원 배분은 ‘숙제’

입원전담분야를 하나의 의학 분야로서 인정하는 것에 대한 의료계의 공감대는 형성됐다. 다만, 이를 풀어나가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많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어디까지를 입원의학과, 즉 입원전담전문의 영역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서울대병원이 내과와 외과를 포함, 12개 진료과에서 입원의학전담교수를 선발해 센터를 중심으로 운용할 예정이지만, 향후 독립 진료과로 편성됐을 때 어디까지의 업무를 입원의학과의 영역으로 간주할 것인지 아직 합의돼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신상도 교수는 ‘특정 파트를 담당하기 보다는 ‘입원의학’이라는 영역을 구축하는 인큐베이션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신 교수는 “좀 더 필요한 협진이나 의료적 질 등을 고려해 학문적 기반을 다져 기본적이고 디테일한 측면에서 입원의학이 갖춰야하는 역량, 진료 영역을 차분하게 만들어나가되 상호 신뢰 과정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대학병원장 또한 “진료과에 따라 해당 전문의를 요구하는 진료과도 있고 해당과가 아닌 다른 과의 전문의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어느 병원도 섣불리 단독으로 일괄로 업무를 칼같이 나누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무 영역 외에도 의사 인력에 대한 재배분 문제도 장기적인 과제다.

정책 파트에서는 실질적으로 전공의가 수련 과정의 하나로서 도맡아했던 입원의학의 영역을 독립 진료과인 입원의학이 담당할 경우, 전문의 총 정원 배분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 서울대병원 또한 의료진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각 세부 진료과 별로 전문의 인력 충원을 자제하면서 입원의학전담교수를 선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정승용 서울대병원 부원장은 “의사 인력 증원의 문제는 병원이 답할 문제는 아니”라면서도 “병원들 사이에서 의사 구인난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