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병원 취소 사례 없는 솜방망이 처벌…전공의 위법 야기시키는 EMR 셧다운제
업무공백은 타 의료인력에 가중…입원전담전문의 정착 필요성 제기

[전공의법 3년] 전공의법 시행 3년, 당신의 수련환경은 안녕하십니까?

지난 2015년 제정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 소위 전공의법이 지난 2016년 12월부터 시행되어 오는 12월에는 시행 3년차에 접어들게 된다.

주 당 80시간 근무 초과 금지를 대표 내용으로 하는 이 법안의 실시로 일부 전공의 수련환경의 개선효과가 나타나기는 했으나, 여전히 다수의 전공의법 위반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문제 원인에 대한 실질적 해결방안도 여러가지 안이 제시되는 상황이다.

일간보사·의학신문은 전공의법 시행 3년차를 맞아 전공의법의 실질적 수련환경 개선 효과 정도와 더불어 법 시행 이후에도 잔존한 문제점과 폐해의 발생 원인, 이에 대한 보완책 및 해결방안 등에 관해 조명해봤다.

[글 싣는 순서]

① 전공의법 시행 3년, 수련환경 개선 효과는?

② 솜방망이 처벌·EMR 셧다운제…전공의법이 남긴 '그림자'

③ 입원전담전문의 정착,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열쇠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전공의법 실시 이후 수련환경·근무시간 개선효과가 미비한 가운데 이에 대한 원인으로 전공의법 위반 시 내려지는 솜방망이 처벌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전공의법 준수를 위해 도입된 EMR 차단 제도가 오히려 전공의들의 위법행위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뒤따르는 중이다.

◆ 수련병원 취소 사례 없는 솜방망이 처벌

지난해 수련환경평가결과에 따르면, 전체 수련기관 244개소 중 94개에서 전공의 수련규칙 일부를 지키지 않았으며, 상급종합병원 42개소 중 32개에서 수련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수련규칙을 지키지 않는 원인에 대해 전공의들은 규칙 위반 시 내려지는 솜방망이 처벌을 첫 번째 이유로 꼽는다. 현재 수련병원의 수련규칙 미준수가 확인되면 과태료 부과나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과태료 부과의 부과대상이 건 별이 아닌 수련규칙 별로 결정되는 구조로 인해 다소 가벼운 처벌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다수 과목에서 다수의 전공의가 80시간 수련규칙을 위반했던 수련병원의 경우 과태료는 80시간 규칙 위반이라는 하나의 항목에 한해서만 과태료가 부과됐다.

시정명령도 다소 허술한 편이다. 시정명령의 경우 일반적으로 3개월 후 서류 혹은 현장방문으로 재조사가 이뤄지는데 대부분이 서류로만 대체해왔다. 또한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수련병원 또는 전문과목 취소가 가능하나 실제 시행된 적은 없다.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회장은 故 신형록 전공의 산재인정 기자회견에서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위반 병원에 대해 과태료 처벌을 내린 뒤 위반 사항에 대해 지적을 하고 시정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병원이 해당 지적 사항을 시정하지 않았을 때 수련병원 지정취소나 과목취소가 있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면서 “병원들은 이 같이 미약한 처벌로 인해 상황을 반복 중”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단은 최근 박능후 장관을 만나 전공의법 위반 병원 처벌 강화와 전공의법 위반 병원 공개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수련환경 개선 한다더니…전공의 위법 야기시키는 EMR 셧다운제

전공의법 위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법안 자체의 허점을 보여준다면 EMR(전자의무기록) 셧다운제는 전공의법이 파생시키는 악영향에 가깝다.

EMR 셧다운제는 전공의가 전공의법에 정한 근무시간 외에 EMR 시스템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강제로 차단하는 제도다. 근무시작과 동시에 전공의는 EMR에 로그인을 하며 근무시간이 초과되면 강제로 EMR에서 로그아웃 후 차단된다.

정부와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의 수련시간을 준수하도록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됐으나, EMR 차단 이후에도 타인의 아이디를 사용해 대리처방 등 불법행위가 만연한 상태다.

전공의들은 현실적인 문제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발표한 EMR 셧다운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업무량이 많아 정규시간 내에 끝낼 수 없는 데다가 대신 업무를 봐줄 사람이 없어 결국 다른 사람의 아이디를 빌린다는 전공의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뿐만 아니라 일부 병원에서는 의국에서 대놓고 당직자 아이디 사용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공의협의회는 이 같은 EMR 셧다운제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면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서류상으로는 전공의법이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으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근무시간이 지나도 타인의 아이디를 통해 처방하며 일해야 하는 게 전공의들의 불편한 현실"이라며 "대전협은 EMR 셧다운제 폐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임영실 사무관은 “아이디를 빌려 대리처방하는 위법 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논의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전달했다.

◆ 의료 인력문제, 전공의 수련 개선 노력 도돌이표 원인

전공의법 시행 이후 병원 현장에서는 의료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병원들의 공통적인 지적은 넘쳐나는 환자와 부족한 의료 인력 문제에 대한 특별한 대책 없이, 전공의 근무시간을 제한한게 무리수였다는 것이다. 평소 환자쏠림현상으로 업무과중·의료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대형병원들은 전공의에게 100시간에 가까운 무리한 업무를 부과하면서 이 같은 인력부족을 메워왔다.

현재 전공의법 실시로 인한 업무공백은 다른 의료인력에게 가중되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PA나 전담간호사라는 이름 하에 간호사들이 전공의의 수술대리 역할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교수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도권 소재 병원 교수 A씨는 매달 당직일이 두 자리수에 달한다고 고백하게도 했다.

결국 전공의들의 수련환경·근무시간 개선 효과는 여전히 근무시간이 80시간을 초과하는 등 미비한 채, 업무 공백은 업무 공백대로 타 의료인력에게 가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대전협은 이 같은 인력 부족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정착을 강조하고 있다.

김진현 대전협 부회장은 ‘전공의법 이후 전공의 근무실태’ 보고서를 통해 “전공의 1인당 환자 수 대비 업무량 제한으로 인한 인력공백은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입원전담전문의 고용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3부-<입원전담전문의 정착,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열쇠>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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