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물론 지역-직역 의사단체 ‘민감한 진료정보 독점 표준서식 강제화 철회’ 촉구
환자 개인정보 유출도 우려…“규격화된 심평의학 진료 강요, 원점 재검토해야”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의료계 전역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공고한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심사 관련 자료제출에 대한 세부사항’ 제정(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심평원이 진료비 심사와 무관한 환자의 민감한 진료정보를 독점해 의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심평원은 지난 10월 31일 요양기관의 심사자료 제출에 대한 편의 제공을 명목으로 38개의 일방적 표준서식을 만들고, 이에 근거한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심사 관련 자료제출에 대한 세부사항’ 제정(안)을 공고했다.

구체적으로 외래와 입원환자의 경과 시 기록내용이나 진단명, 상병분류기호, 시술 처치·수술 시행일시, 수가코드 등과 환자의 자세한 상태 등을 비롯 진단검사 결과지와 영상검사 결과지 역시 장비 관련 정보와 의사소견을 입력하고 수술 기록지까지 기재해 제출해야하는 상황.

이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물론 지역·직역 의사단체에서 심평원의 제정(안)에 대한 전면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우선 의협은 “심사와 무관한 모든 진료내역을 제출하라는 것은 사실상 심평원이 의료의 질 평가라는 명목 하에 심사의 범위와 권한을 확대하고 의사에게는 규격화된 진료를 강요하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의료비용 통제 목적의 분석심사 도입을 위한 사전 조치”라고 지적했다.

또 의협은 “심평원은 서식 표준화의 기술적 한계를 해소하고, 프로그램 변경 등에 대한 비용을 요양기관에 떠넘기면서도 심평의학이라는 단일 기준을 확고히 자리 잡게 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표준서식의 강제화”라고 주장했다.

특히 의협 산하 의사단체에서는 추가적 행정부담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었다.

전라남도의사회는 “현재 의료기관은 심평원을 대신해 무료로 청구대행을 하는 상황에서 또다시 방대한 자료를 요구해 행정부담을 안겨주고 있다”며 “저수가와 짧은 진찰 시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심평원이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자료를 모두 입력하는 것은 의료기관에는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심평원이 요구하는 자료들은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인데 만약 실수로 유출되거나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국민의 인권침해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에 따르면 이미 심평원은 오랜 시간동안 축적한 개인진료정보를 수수료를 받고 KB 생명보험 등 8개 민간보험사에 판매한 전력이 있다.

대개협은 “가벼운 감기로 진료 한번 받기 위해 가족력, 과거력, 투약정보 등 온갖 개인정보를 모두 심평원에 넘기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과연 동의할지 의문”이라며 “과도한 개인정보의 요구는 결국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라고 피력했다.

이에 따라 심평원이 진료내역의 심사와 평가를 위해 의료기관으로 제출받아야하는 자료는 꼭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로 제한돼야한다는 게 의료계의 입장이다.

의협은 “심사와 무관한 진료정보에 대한 심평원의 독점력을 강화해 관치의료의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일방적 표준서식 강제화를 전면 철회해야한다”며 “이제라도 의료계와의 협의를 통해 심사와 관련한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의 서식 개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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