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 교수팀, 뇌 영상 분석 통해 알츠하이머병 3가지 아형 특성 구분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를 정밀 분석해 3가지 아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치료가 정밀의학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치매 정밀의학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노영 교수<사진>와 삼성서울병원 나덕렬 교수, 캐나다 맥길대학 에반스 교수팀은 최근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주된 인자인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신경매듭) 관련 물질을 뇌 진단 영상으로 분석해, 내측두엽 우성 아형(MT)·두정엽 우성 아형(P)·광범위 위축성 아형(D)으로 분류했다.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83명과 정상인 60명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장치(MRI)뿐만 아니라, 최신 영상기법인 타우 양전자단층촬영(PET) 아밀로이드 양전자단층촬영(PET)를 시행한 것이 괄목한 만한 점이다.

MRI는 뇌의 위축을 주로 보는 장비로서 병의 진행정도를 확인시켜주지만, 타우 PET과 아밀로이드 PET는 뇌속에 어떤 질병이 있는지를 알려준다.

타우와 아밀로이드 PET로 확인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서 MRI 장비로 획득한 뇌 영상 데이터를 함께 이용해 뇌피질 위축의 분포, 뇌에 축적된 아밀로이드, 타우 단백질의 분포의 유사성을 군집 분석이라는 방법을 이용해 재분석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연구 결과,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서 뚜렷한 세 가지의 아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총 83명의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는 뇌영상 진단에 따른 임상 및 병리학적 분포 특성이 다른 내측두엽 우성 아형 44명, 광범위 위축성 아형 20명, 두정엽 우성 아형 19명으로 분류됐다.

3가지 알츠하이머 치매 아형은 임상적 및 병리적 특성이 다른 양상을 보였다. 내측두엽 우성 아형 환자들은 고령(72.34±9.37), 여성 우세(84.1%), 기억력 위주의 인지기능 감소를 특징으로 보였으며, 두정엽 우성 아형은 젊은 발병 나이(56.12±6.09), 가장 얇은 뇌피질 두께, 주의집중력, 시공간능력 등 기억력 외의 인지기능들에 있어서 두드러진 저하 소견을 보였다.

광범위 위축성 아형은 두 집단의 중간에 해당하는 임상 양상을 보였다. 뇌피질 위축의 분포와 타우 단백질의 분포는 세 아형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 반면 아밀로이드 분포는 세 그룹에서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는 점에서 특이할 만하다.

노영 교수는 “기존에도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뇌를 MRI로 진단한 후 뇌의 위축 형태에 따라 3가지로 분류하기도 했다”며 “우리는 기존 연구에 더해 최신 영상진단 기술인 타우 PET으로 생체 내 타우 병리를 관찰하게 됨으로서, 더욱 정밀하고 정확하게 아형을 분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 속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영상 진단 기술의 발달에 기인한다. 타우 PET 트레이서(tracer·체내 관찰에 이용하는 방사성 물질)는 타우 병리 관찰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조기 진단하고,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정도를 평가하는데 활용된다.

노영 교수는 “그동안 연구 결과, 타우 PET을 이용한 타우 병리 관찰은 알츠하이머 치매와 비알츠하이머 치매를 감별 진단하는데 활용됐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서 병의 유무뿐 아니라 알츠하이머 치매의 임상 및 병리적 특성을 결정짓는 아형의 분류에도 활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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