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외래진료비 횡포-보건당국 직무유기 규탄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요양병원 집단 퇴원 사태 해결 촉구

[의학신문·일간보사=이상만 기자]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가 대형병원들의 외래진료비 횡포와 보건당국의 직무유기로 인해 암환자들이 진료비 폭탄으로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 실상을 알리고 불합리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규탄 집회를 연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대표 김성주, 이하 협의회)는 보건복지부의 대형병원 편의적 보험정책으로 인해 암환자들이 ‘무전퇴원, 유전입원’ 처지에 직면했다며 21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정문에서 규탄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20일 성명서를 통해 “대학병원들이 암환자들에게 항암, 방사선 치료비 수천만원 선납을 강요하고, 보건복지부가 이를 묵인하면서 암환자들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암으로 진단 받은 환자들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을 하고나면 쫒겨나듯 퇴원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암환자들의 평균 재원일수를 보면 위암이 4.3일, 유방암이 7.6일에 불과하다.

따라서 상급종합병원에서 반강제적으로 퇴원한 암환자들은 요양병원에 입원해 대형병원을 통원하며 힘겹게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이어가야 한다.

지금까지 요양병원에 입원중인 암환자들은 본인부담금 산정특례제도에 따라 진료비의 5%만 부담하며 이런 방식으로 통원치료를 해 왔다.

예를 들어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환자가 대형병원을 통원하며 1회당 40만원인 방사선치료를 30회 받았다면 총 진료비 1200만원의 5%인 60만원을 부담하면 됐다.

그런데 지난 11월 1일부터 요양병원 입원환자가 상급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으려면 ‘외래진료동의서’를 발급받아 제출하도록 하는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암환자들이 수천만원의 진료비를 떠안아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협의회는 “상급병원들은 외래진료동의서를 제출한 요양병원 입원환자들에게 진료비 전액(100/100)을 수납한 후 나중에 요양병원에서 정산 받으라고 강요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위의 암환자에게 방사선 치료비 1200만원을 선납하고, 몇 달 뒤 요양병원에서 1140만원을 돌려받으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이런 상급병원의 횡포 때문에 모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암환자 20여명은 수천만원의 항암, 방사선 치료비를 선납할 능력이 없어 집단으로 요양병원에서 퇴원했다”고 실태를 고발했다.

이에 대해 상급병원들은 요양병원에 입원중인 환자가 부득이하게 타 병원에서 처치 및 수술, 방사선치료 등을 받을 때에는 ‘진료를 의뢰한 요양병원에서 진료비를 청구한다’는 보건복지부의 행정해석에 따라 진료비 전액을 받아야 한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협의회는 “상급병원의 이런 행태는 건강보험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의 행정해석을 편의적으로 해석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건강보험법 제44조 1항에 따라 요양급여를 받는 자는 비용의 ‘일부(본인일부부담금)’를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보건복지부의 행정해석 역시 ‘진료비 정산은 해당 요양기관(요양병원-상급병원) 간 상호 협의해서 하고, 환자의 본인부담금은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본인일부부담률을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협의회는 “건강보험법령 그 어디에도 요양병원에 입원중인 환자가 상급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으면 진료비 전액을 납부해야 한다는 근거가 없지만 대형병원들은 복잡한 진료비 정산절차를 피하기 위해 힘없고, 돈 없는 의료약자인 암환자들에게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게다가 상급병원은 요양병원 입원환자가 약을 처방받으러 외래진료를 가면 원외처방전을 발급하고 있다. 원외처방전은 진료비 산정특례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가 고스란히 약값 전액을 내야 한다. 반면 요양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외래를 가면 산정특례를 적용해 진료비의 5%만 부담하면 된다.

협의회는 “상급병원에 갈 때마다 적게는 수 십 만원, 많게는 수 백 만원의 약값을 부담할 능력이 없으면 요양병원에서 퇴원하고, 외래 진료를 받으라는 것은 암환자들에게 사형선고이자 또 다른 ‘무전퇴원, 유전입원’”이라고 분노했다.

또 협의회는 “보건복지부도 상급병원들의 이런 갑질, 제도적 모순에 대해 잘 알고 있음에도 방조 내지 공모하는 직무유기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정부가 누구를 위한 행정을 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암환자권익협의회는 “암환자를 포함한 요양병원 입원환자가 부득이하게 상급병원에서 진료 받을 경우 법정 본인부담금만 납부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원내처방으로 전환해 진료비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불합리한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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