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미래 먹거리 산업 규제완화 기대 vs 시민단체, 의료 민영화·개인정보 유출 우려
이영성 의료정보학회 차기 이사장, "한국식 의료정보 활용 세부 방안 논의 필요" 조언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정보활용의 규제 완화를 담은 ‘데이터 3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에 의료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정보 유출의 가속화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와 미래 의료 산업의 발전을 위한 규제완화라는 기대감 등 두 가지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이른바 ‘데이터 3법’으로 불리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법,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은 4차 산업혁명에 맞춰 개인정보를 다양한 사업에서 활용하도록 하는 규제 완화에 관한 법안이다. 정부의 데이터 산업 발전의지와 금융계 등 산업계의 규제완화 요구가 맞물려 지난해 11월 발의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14일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법안은 가명화된 정보를 개인정보에 포함하는 한편 가명정보의 경우 본인의 동의 없이 통계나 연구 목적의 활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소위를 통과한 해당 법안은 향후 행안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특히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데이터 3법 중 나머지 2개 법안의 모법으로 향후 나머지 2개 법안에 대한 통과 가능성까지 높인 상황이다. 다만 지난 18일 상임위 심사를 마치지 못해 본회의 상정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여야가 합의한 만큼 본회의 처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데이터 3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점쳐 지자 의료계는 크게 기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 관계자는 “빠른 시일안에 법안이 통과해서 빅데이터가 활용되기를 바란다”면서 “정보의 유출에 대한 우려로 규제 완화가 없다면 결국 미래 먹거리 산업에 있어서 뒤처지며, 규제 완화 시 환자들에게도 의료질 향상 등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의료계는 최근 각종 AI기반 사업과 이들의 기반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P-HIS(Personalized-Hospital Information System,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 등 의료 데이터와 관련된 사업을 진행 중에 있어 의료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규제 완화를 바라왔었다.

과거 이상헌 P-HIS 사업단장(고려대 안암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의 ‘P-HIS 관련 법 제도 정책 체계 조사 연구’에 따르면, 정밀의료분석서비스에 필요한 개인 의료정보의 수집, 분석, 활용에 있어서 다시 민간부문에 개인의료정보를 제공할 때 정보주체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법률이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부재한 상황이다.

또한 의료정보 빅데이터의 정보처리 과정에서 비식별처리(가명화)된 개인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나, 정보처리과정에서 식별화될 경우 법의 적용을 받는 등 비식별화 정보 판단 범위에 대해 정보의 세분화와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유럽 등 해외 의료학회와의 데이터 교류에 있어서 국내 일부 학회는 의료정보 유출 시 개인 동의를 필요로 한 국내 실정에 공동연구의 진행에 차질을 빚는 등 애로사항을 겪은 바 있다.

유럽의 경우 EU의 GDPR(개인정보보호 일반규칙)에 따라 공익, 연구를 위한 목적에는 가명처리정보를 개인 동의 없이 빅데이터 분석에 이용 가능하다.

반면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개정안 통과 가능성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와 무상의료운동본부 등은 최근 국회 정문 앞에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개악’이자 의료민영화 시도라며 비판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가명처리 된 데이터에 활용을 자유롭게 한다지만 의료정보와 건강정보는 다른 정보와 결합 시 그 개인이 누군지 알기 쉬운 정보”라며 우려를 표했다.

◆ 의사-환자 신뢰망 강화 논의 과정 필요…‘한국식 의료 개인정보 활용 방안’ 마련해야

데이터 3법 통과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전체적인 정보 규제 완화·개선에는 동의하지만 의사와 환자의 신뢰망을 구축하는 방향의 디테일한 법안 논의·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영성 대한의료정보학회 차기 이사장(사진)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선험적 의미에서는 법개정 등 구조 개선에 동의하나, 구체적으로는 의사와 환자가 신뢰망을 구축하는 형태로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디테일한 부분에 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즉, 의료계가 시민단체를 리드하면서 개정법과 관련한 시행령 등 세부사항의 문제점을 보완을 하고, 최종적으로 의사-환자 신뢰망을 구축해야 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이 이사장은 향후 이 같은 디테일의 논의는 ‘한국식 의료 개인정보 활용’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조건 유럽식의 제도를 따르기 보다는 한국의 의료환경에 맞는 세부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게 주장의 요지다.

이영성 이사장은 “이 같은 세부 제도 마련에 있어서 개별 시범사업 등이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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