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기관 내 폭력 관련 설문조사 결과 발표…정부 대책 마련 촉구
대다수(99%) 의료법상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진료거부권 필요성 동의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최근 3년 간 의사 10명 중 7명이 응급실이 아닌 외래 진료실 내에서 환자와 그 보호자로부터 폭언 혹은 폭력을 경험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특히 폭언·폭행에 노출된 의사들 84%가 신체적인 피해를 입지 않더라도 심각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13일 오전 임시회관에서 의료기관 내 폭력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故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에도 환자들의 흉기 난동 등 의료인 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어 폭행방지를 위한 실효적 대책 마련을 위해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5일간 실시됐으며, 2034명이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조사 문항은 △최근 3년 동안 진료실 내에서 환자·보호자 등으로부터 폭언 또는 폭력을 당한 적이 있는지 △경험한 폭언 또는 폭력으로 인한 피해의 수준 △얼마나 자주 경험했는지 △환자나 환자 보호자가 폭언 또는 폭력을 행사한 이유 등으로 구성됐다.
최대집 회장에 따르면 설문조사 결과 1455명(71.5%)이 폭언과 폭행 경험이 있었으며, 대부분 폭언(84.1%)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폭행의 경우 1%에 불과했지만 중증외상이나 골절 등 생명을 위협받거나 장기간 입원치료를 요구하는 정도의 부상을 입는 경우도 있었다.
환자가 폭언과 폭력을 행사한 이유는 진료결과에 대한 불만(37.4%), 진단서 등 서류발급 관련 불만(16%), 진료비(6.2%) 등 다양했다.
특히 응답자 61.7%가 최근 환자의 흉기 난동으로 인한 의사 엄지손가락 절단 사건의 발단이 된 허위진단서 발급을 요구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58.6%가 환자의 폭언과 폭행에 말이나 행동으로 적극 맞섰으며, 나머지는 주변 사람의 도움을 청하거나 진료실 밖으로 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과 시설이 마련돼 있는 곳은 6.9%에 미미했다.
심지어 폭언·폭행을 당하더라도 법적으로 대응하는 의사는 30% 수준으로, 대응하더라도 실질적인 처벌은 10%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99%) 의사가 의료기관 내 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반의사불벌죄 삭제와 엄격한 처벌과 진료거부권(99.8%)이 필요성에 동의했다.
최 회장은 “의료기관 내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의료법상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고, 진료거부권도 명시해야한다”며 “진단서 허위 작성하는 경우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규정을 확립하고, 국가 재정을 투입해 의료기관 내 대비시설이나 보완 장비 설치도 필요하다”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효율적으로 의료기관 내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환자들의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의료기관 내에서 폭언과 폭행들이 의료인뿐만 아니라 다른 환자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국민 홍보 등을 통해 의료인 폭행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에 대해 국민들의 인식이 전환됐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의협은 이번 조사결과를 통해 의사회원들의 의견을 확인하고, 향후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참고자료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