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병원계 입장 차-국내 의료 환경으로 미해결 상태 지속
정부, 의료계 내 합의 수준으로 소극적 해결 모색…결단력 있는 대책 마련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등장하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복잡하게 얽혀있어 풀기 힘든 문제를 일컫는 단어로 사용된다.

PA(Physician Assistant)로 불리는 진료보조인력과 관련한 문제들은 ‘의료계판 고르디우스의 매듭’ 중 하나다. 이들의 불법 의료행위 문제는 국정감사와 각종 토론회의 단골 지적거리이나 국내 의료 환경적 요인과 의료단체 간의 입장 차이 속에서 풀리지 않는 미해결 문제로 남겨진 실정이다.

현재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들은 현재 PA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으며, 어떠한 합법화 논의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의협과 대한전공의협회는 복지부의 업무범위 협의체 구성에도 5월 초까지는 참가를 반대해 왔다.

의료법상 불법에 존재하지 않는 직역인 PA의 합법화·양성화가 논의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의협 관계자들은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간에 모호한 업무영역에 명확한 선을 정리한다면 간호사에게 위임되는 불법의료행위 문제도 차단할 수 있을거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대로 병원협회 등 병원계에서는 현실적 인력부족을 이유로 의사의 지도감독 하에서라면 간호사 등의 진료보조업무를 확대해 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의료인 업무범위 논의에서도 유연하면서 직역 간 중첩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 차 속에서 소위 ‘PA’로 불리는 진료보조인력은 합법화·확대도, 그렇다고 완전히 근절되는 상황도 아닌 채 불법의 경계에 유령처럼 존재하고 있다. 병원을 대상으로 한 고발과 검찰 수사 속에서 전담간호사나 다른 이름을 가지고 더욱 음성적으로 숨어 들어갈 뿐이다.

현재도 간호사 구인구직 사이트를 들어가보면 세분류에 'PA 섹션'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으며 전담간호사, PA 같은 다양한 명칭의 구직 공고가 올라와 있다. 이들이 실제 임상에서 불법과 합법 업무의 경계를 얼마나 넘나들지는 병원들만이 아는 일이다.

정부는 현재 의료인 업무범위 협의체를 통한 의료계 내부의 합의점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더불어서 전문간호사 제도를 활용한 업무범위 법제화 등 우회적인 방안으로 PA 문제를 접근하는 중이다.

또한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법제화에 있어서도 간호협회와 복지부가 연구용역을 준비 중에 있으며, 의협은 ‘간호제도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논의를 구상 중이다.

그러나 정부의 복안과는 달리 의료인 업무범위 협의체가 구색맞추기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의료계 관계자들은 각각 첨예한 입장차이를 지닌 의료계 직역 간에 원만한 업무범위 합의가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으며, 이 같은 업무범위 합의가 PA 불법진료 문제를 해결한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마취전문간호사와 마취통증학회간의 전문간호사 마취행위 허용 논쟁만을 보더라도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법제화를 통해 PA 문제를 해결하겠단 정부의 생각 역시 난항이 예상되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PA 관련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지속된 시간과, 얽혀있는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정부입장에서는 함부로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임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처럼 문제를 접근하는 소극적인 태도는 오히려 문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PA문제의 본질적 원인으로 꼽히는 인력문제의 해결이든 진료보조업무 확대든 적극적으로 다양한 방책을 강구하는 정부의 자세가 필요하다. 제시된 방책에서 나온 부족한 점은 차츰 보완해 가는 것이 문제 해결의 순리이다.

신화에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푼 방법은 다름 아닌 근처를 지나가던 알렉산더 대왕의 단순한 칼질 한번이었다.

PA 문제가 방치되는 시간 동안 지금도 간호사들은 불법 의료행위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PA라는 복잡한 문제를 푸는 법도 풀리지 않는 매듭을 하나씩 풀 듯이 의료계 내부 논의에 맡기기 보다는 정부의 단순하고 결단력 있는 방책 마련 하나가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