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예방법 개정으로 안정적 백신 비축 도모…업계는 ‘공급 변수 많고 정부 우위적 계약관계’ 회의적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정부가 백신 장기 구매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6일 정부와 백신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토대로 필수예방접종백신에 대한 장기 구매를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필수예방접종의약품등은 감염병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미리 비축하거나 장기계약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두었으며, 필수예방접종약품등의 생산·수입 계획·실적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이를 기반으로 정부는 필수예방접종백신 공급 부족 사태를 막을 계획이다.

그간 백신 부족사태는 해마다 되풀이돼왔다. MMR(measles-mumps-rubella combined vaccine,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혼합백신)은 2013년도에 품절됐던 바 있으며, 올해 초 홍역 유행 등으로 다시 품절 양상을 보였다.

수두백신의 경우 2016년 품귀 현상을 빚었으며, 일본뇌염백신 또한 사백신‧생백신이 품절을 겪었다.

A형간염 백신은 매년 품절‧품귀 현상을 반복하고 있으며 피내용 BCG 백신은 2015년과 2017년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두 차례에 걸쳐 경피용 BCG가 임시 NIP에 편입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폴리오 백신은 2017년 품절, DPa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소아마비 혼합 4가 백신)은 2015년 부족 사태를 겪었다.

이렇듯 백신 부족 사태에 대한 원인을 ‘안정적인 계약 관계 부재’에서 찾은 정부는 법률 개정을 통해 백신공급업체와 장기계약을 맺어 품절·품귀 현상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라보는 업계에 반응은 부정적이다. 현재 필수예방접종백신의 경우 생산 및 공급 업체 자체가 한정적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기업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같은 백신을 공급하고 있는 상태다.

즉, 대부분의 필수예방접종백신의 경우 장기 계약과는 별개로 글로벌 이슈에 따라 백신 공급 편차가 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여기에 더해 이번에 개정된 법안 또한 업체의 입지를 좁혔다는 평가다. 개정된 법안은 백신업체가 필수예방접종약품등의 생산·수입 계획·실적을 복지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백신 공급이 수많은 글로벌 이슈와 생산의 불안정성을 고려한다면, 장기 계약 불이행에 따른 페널티를 각오하고 장기 공급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

백신업계 관계자는 “공급 불안정을 가장 쉽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다름 아닌 가격”이라며 “제가격만 지불해도 공급 안정성은 정부가 생각하는 수준만큼 향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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