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제 전환 후 3-4년차 동시에 고시 준비…10곳 중 3곳만 업무 분배
전공의협, “정부·병원·학회 차원 근본적 해결책 마련 필요” 주장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대학병원 내과 수련이 3년제로 전환되면서 인력공백이 예상되지만 이에 따른 대책이 없어 전공의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내과 인력 공백에 대한 업무 분배를 진행한 수련병원이 10곳 중 3곳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박지현)는 최근 수련병원 내과 수석 레지던트를 대상으로 시행한 ‘내과 3년제 전환 후 인력 공백에 따른 병원별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수련병원 37곳에서 내과 수석 전공의들이 참여했으며, 수련, 근로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오는 12월부터는 병동 주치의, 협진, 응급실, 중환자실 등 순으로 주요 업무를 하고 있는 내과 3-4년차 전공의가 한꺼번에 전문의 시험준비에 들어가게 된다.

이에 따라 업무 분배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1-2년차 전공의들이 대안으로 모색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결과 응답자 중 절반 이상(65.79%)이 ‘불가능하다’고 답했으며, 특히 10명 중 7명 이상이 병원에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A수련병원 내과 수석 전공의는 “전공의 1명 당 3~40명에 육박하는 환자를 담당하게 되는데 1-2년차 전공의가 업무를 대신할 수 없다”며 “중환자, 협진 진료 질도 당연히 저하되고, 입원환자도 충당할 수 없어 이전보다 환자케어에 집중하기 어려워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도 증가하게 된다”고 답했다.

특히 수련 병원 중 내과 인력 공백에 대한 업무 분배가 진행되고 있는 곳은 28.95%, 뚜렷한 계획이 없는 곳은 60.53%, 전혀 진행된 바 없는 곳이 7.89%로 집계됐다. 완벽하게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는 게 대전협의 설명이다.

게다가 수련병원의 절반이 기존 인력으로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기존 전문의 인력이 업무 일부를 대체할 예정인 곳은 36.84%, 정해진 계획이 없는 경우는 21.05%. 업무 자체를 줄이기로 하거나 추가 전문의 인력을 고용한 병원은 각각 15.79%로 극히 적었다.

B병원 내과 수석 전공의는 “절반의 전공의로 의국을 운영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며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를 맞추라고 하면서 교수들은 4개 연차가 있을 때처럼 일하려고 하니 전공의들의 요구안과 교수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가장 효과적이 대안으로 입원전담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가 제기되고 있지만 1명도 충원되지 못한 곳이 36.84%, 일부만 충원된 곳은 28.95%에 불과했다.

C병원 내과 수석 전공의는 “입원전담전문의의 처우가 더 좋아져야 한다”며 “특히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가능해야 이 제도가 지속 가능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전협은 이번 내과 인력 공백이 입원환자의 진료와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대전협 서연주 부회장은 “단순히 내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병원 진료의 중추가 되는 내과 내 인력 공백으로 인해 협진, 응급상황 대처 등 그동안 내과 고년차 전공의가 수행하던 타과 입원환자 진료에도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박지현 회장도 “내과 인력 공백은 의국 차원의 근시안적인 임시방편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부는 입원전담전문의 활성화를 위한 효과적 정책을 고민하고, 병원은 환자안전을 위한 대비책 마련, 학회는 3년제 단축으로도 충분한 역량을 갖춘 전문의가 배출될 수 있도록 힘써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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