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경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보험위원회 전략기획위원
㈜사이넥스 본부장

- 정혜경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보험위원회 전략기획위원 / ㈜사이넥스 본부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의료산업’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의료산업(health care industry, or medical industry)은 환자들의 병을 치료, 예방, 재활, 완화하기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체제의 분야를 통틀어 말한다. 현대의 의료산업은 국민, 개개인의 건강에 대한 요구를 만족시켜 줄 훈련된 전문가들과 준전문가들로 구성된 학제간 팀에 따라서 여러 가지 분야로 나뉜다. 의료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 중의 하나다. 개발도상국들의 GDP(국내총생산) 10% 이상을 차지하여 국가경제에 큰 몫을 할 수 있다.”(위키백과, 2019년 10월 21일 발췌)

위 글에서 사전적 의미의 ‘의료산업’은 비단 의료기기산업계만이 아니라 의료계, 제약산업계의 3대 분야를 모두 포괄하는 ‘Total Healthcare Industry’로 이해된다. 신의료기술평가, 즉 ‘New Health Technology Assessment(nHTA)’는 의료기술의 평가라는 특성상 의료계 및 의료기기산업계와의 상관성이 매우 크며, 특히 국내 제도적 측면에서는 의료법을 기반으로 하는 신의료기술평가제도는 더욱 그러하다. 이런 이해하에 의료기기산업계 측면에서 의료산업 및 신의료기술평가제도와의 상호 영향과 나아갈 방향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의료법 제53조 제2항에 따르면 ‘신의료기술’은 ‘새로 개발된 의료기술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안전성·유효성을 평가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을 말하고 있다. 즉, 새로운 의료기술에 대해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해야 한다는 개념이 들어가 있다. 이런 개념 속에서 새로운 의료기술을 평가하는 것이 바로, 신의료기술평가이다.

또 의료법 제53조 제1항에 따르면, 이런 신의료기술평가는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의료기술의 발전을 촉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듯 국민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국가가 신의료기술에 대해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하는 점은 의료기기법 하의 의료기기, 약사법 하의 의약품에 대해 국가가 규제 및 관리・감독한다는 점에서 그 맥락이 같다. 또한 그 밖에 산업을 부수적으로 고려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물론 ‘산업’이라는 직접적인 표현과 의미는 아니라 할지라도 의료법에서는 의료기술에 대해 단순히 규제적 측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신의료기술평가제도의 목적으로 의료기술의 발전에 대해 ‘도모’를 넘어 ‘촉진’한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런 관점에서 신의료기술 평가제도에 대한 역할과 개선점, 나아갈 방향에 대해 검토해 보고자 한다.

‘의료기술 발전’ 평가 요소로 반영

첫째, 신의료기술평가 결과가 결과론적으로 새로운 의료기술의 발전 및 개발 의지를 저해하는 방향이나 영향을 미치는 여부에 대한 분석이나 고찰을 신의료기술평가의 요소로 반영하는 것이다.

새로운 의료기술 평가는 위험 대비 이득이 클 때 수용되며, 이를 체계적 문헌 고찰로 검토해 평가하고자 할 때 이런 평가 요소, 즉 의료기술의 발전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지 등에 대한 평가 요소를 문헌적으로 산출해내어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포함하기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의료기술의 발전에 사회적 이득이라는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평가 요소에 위험 대비 이익의 여부가 문헌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신의료기술평가 방식은 체계적 문헌 고찰의 결과를 기준하여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심의와 그 결과에 따른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으로 최종 결정된다는 점에서 볼 때, 신의료기술로 인정되지 못하는 기술에 대해 의료기술의 발전이나 사회적 이득에 부정적 영향이 없을지 고찰하는 평가를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

희귀·난치성질환 등을 치료하는 의료기술에 필요한 의료기기의 경우가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특정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해 현 과학적·의학적 기술 수준에서 유일한 치료 또는 치료대안이 될 수 있는 특정 의료기기를 이용한 신의료기술이라면, 문헌적으로 신의료기술로의 인정이 어렵다 하더라도 그런 불인정으로 발생하는 치료 또는 생명 연장의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게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의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심의에서 해당 의료기술, 희귀·난치성질환을 가진 환자군을 고려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보다 체계화하는 발전이 요구된다.

‘판단적 평가’ 객관적으로 설명돼야

둘째, 국내 신의료기술평가제도는 건강보험 재정과의 연관성을 직접적으로 검토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실제 제도 운영상에는 건강보험 측면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판단적 평가가 고려되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판단적 평가는 보통 신의료기술로 인정하기 어려울 때 적용하는 이유가 된다. 그러나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지 못하는 기술이라도 평가의 결과는 객관적으로 설명돼야 한다. 그래야 해당 기술을 개발하고 신청하는 기관에서 타당하고 실질적인 개선 및 보완을 유도할 수 있게 하고, 궁극적으로 의료기술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이런 피드백의 명확화와 구체화는 신의료기술평가 운영기관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의료기기산업계 측면에서 신의료기술평가제도의 다양한 파생 제도와 실질적 역할을 살펴보고, 결론적으로 신의료기술평가제도의 합리적 개선과 운영에 긍정적 작용을 하는지 검토하고자 한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 외에 여러 규제 개선 및 합리화 측면에서 지금 운영되고 있는 제도들은 다음과 같다. △신의료기술평가 원스톱 서비스(2013년 11월 시범사업 이후 2014년 8월 본격 시행) △제한적 의료기술평가 제도(2014년 4월 도입 및 이후 대상범위 확대)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2015년 9월 도입) △의료기기 허가-신의료기술평가 통합운영(2016년 2월 시범사업 이후 2016년 7월 본격 시행) △체외진단검사 선진입-후평가 시범사업-감염병 대상(2019년 4월 시행)

신의료기술제도의 높은 규제적 측면과 제도의 의도치 않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행정제도의 도입과 합리적 운영 방안이 고안됐다. 또 임상적 근거 마련을 위한 다양한 제도가 수립,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제도의 실질적인 활용은 의료기기산업계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고, 제도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다.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도입 이후 새로운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의료기술이 기존 건강보험제도 하에서 정의되고 있는 기술에 포함돼 있지 않으면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산업계 입장에선 규제의 단계가 증가한 것이다. 의료기기의 개발 및 시장 출시에 있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허가단계 외에 추가적으로 임상에서 적용된 안전성 및 유효성 근거자료가 더 요구된다. 이런 점은 의료기기산업에서는 ‘Market Access’ 검토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가 됐음을 부정할 수 없다.

‘PDCA’ 의료기기 전주기에 적용

그러나 의료기기를 처음 고안하고 개발, 연구해 궁극적으로 시장에 출시하고, 출시한 이후에도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사후관리를 통해 다시 의료기기 개선에 반영하는 ‘PDCA(PLAN – DO – CHECK – ACT)’ 과정은 의료기기 전주기에 걸쳐 적용된다. 이런 개념과 운영은 오래전부터 의료기기 개발 및 품질관리체계에 적용되어 온 기본 개념과 구조이다.

근래에는 비단 국내 제도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위험관리(Risk Management)를 기반으로 하는 평가·관리체계가 의료기기 설계 및 개발뿐 아니라, 전주기 관리 전반에 적용되고 있다. 위험관리기반의 의료기기 검토는 개발과정에서 임상 적용을 고려한 검토와 시판 이후에도 임상 평가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분석해 지속적인 위험 경감 및 관리를 해나가는 것이다.

또한 이런 모니터링, 분석 및 검토를 통해 제품의 설계 및 관리, 나아가 개선에도 반영시키는 개선과 지속의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이런 의료기기 규제 및 관리 체계를 이해해 볼 때, 의료기기 인허가 제도와 신의료기술평가 방법을 직접적으로 비교해 보면 평가와 검토 방법이 완전 일치하지 않고 다르므로 다른 평가 체계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 의료기기를 이용한 의료기술에 대해 의료기기기업과 의료계, 정부기관, 시장의 각각의 역할과 협력의 시너지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의료기기 관리체계 하에서 의료기기기업은 그 책임과 관리, 평가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하고, 그런 의료기기가 사용되는 의료기술의 평가를 위해 요구되는 임상 근거의 마련 및 평가와 검토는 비단 의료기기 기업뿐 아니라, 의료계와 정부 기관의 공동의 역할과 협력 그리고 지원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면 실질적인 임상현장에서 보다 필요하고 정확하고 명확한 평가와 개선이 이뤄질 수 있게 한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에 대해서도 이런 기능과 역할에 따른 재고찰, 그리고 이에 따른 평가 제도를 설계, 운영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수립을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위 내용은 부산 KIMES 2019 현장에서 배포하는 의학신문 특별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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