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현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의학신문·일간보사] 지난 9월 4일 국정감사에서 여성 전공의 수련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감사에서 대한여의사회 이향애 회장은 “여의사는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기능이 떨어진다는 등 부정적 인식이 존재한다”며, “여의사 정원이 아예 없거나 정원 제한으로 남성만 선발하는 관행이 만연해 왔다”고 주장했다. 환경노동위원회 이상돈 의원은 “여의사가 결혼·출산·육아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 남녀고용평등법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보장돼야 하는 ‘임산부 보호’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공의 수련과정에서 임산부를 보호하는 ‘가이드라인’ 조차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전공의 과정에서 결혼·임신·출산 등으로 받는 차별은 남녀고용평등법 제7조 제2항 위반이다. 업무수행 과정 중 남성과 여성에게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차별하는 것은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지난 2011년 사무총장으로 재직 시에 여성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대한전공의협의회 설문조사에서 당시 기준으로 대한병원협회 표준수련지침에 명시된 출산 휴가를 받지 못한 경우가 60% 이상에 달했다. 출산 휴가를 쓸 수 없는 이유가 병원 내 규정 때문이라는 응답도 28%나 있어, 수련 병원 지도교육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기간 중 공식적인 배려가 있었다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했다. 태아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임신 건강에 대해 각자 알아서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대부분 가임기인 여성 전공의 기간 중 출산을 원치 않는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61% 에 달했다. 국가적 문제인 저출산과 여성 전공의 건강이라는 중차대한 문제에 대한 수련 병원과 의료진시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전공의 임용 시에 성차별적 경험이 있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14%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해, 성차별 관행이 여전하며, 수련기간 중 출산 금지 서약서를 제출한 경우도 2건이나 있어, 현행법 상 위법적인 경우도 다수 있었다. 세월이 한참 지났지만 사정은 여전히 비슷해 보인다.

2015년 말 국회를 통과한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된 지 이미 오래다. 전공의 주당 근무 시간은 80시간으로 제한하고 36시간을 초과해 연속 근무해서는 안되며, 특히 ‘여성 전공의에 대한 출산 전후 휴가와 유산·사산 휴가에 관해서는 근로기준법을 따르도록 명시했다.

이에 따라 모성 보호 차원에서 임신 여성 전공의는 수련 병원에서 주 40시간 이상 근무할 수 없다. 이를 어길 경우 수련 병원이 처벌받게 된다. 문제는 임신 전공의의 근무 단축으로 인한 대안과 세부 수련 지침이 없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여전히 개선책은 요원한 실정이다.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여성 전공의 수련문제 개선’을 화두로 던졌다. 박 회장은 “여성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수련 기간 연장이 오히려 여성의 모성 보호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 ‘앞으로 병원들이 전공의를 선발할 때 여자 전공의는 임신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남자 전공의를 더 선호하는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신 전공의 문제 등 여성 전공의 수련 문제, 이번에는 해결될까? 정책의 창(policy window) 이론에서 보자면, 지금이 바로 문제 해결의 적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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