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립화 요구로 본연의 ‘연구 연계’ 지원 보다 상업적 성과 치중
영남약대 김정애 교수, ‘메디시티 상생포럼’서 ‘재단 역할 되새겨야’ 촉구

[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신약개발과정에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y)’이라는 구간이 있다. 기초연구의 성공적 진행 후 임상연구에 진입하기까지의 연계구간인 데 이 구간에서 좌초되는 경우가 많아 이렇게 불린다.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이하 대구첨복단지)와 같은 정부 출연기관의 역할이 가장 필요한 구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그 역할이 정부의 재단 자립화 압력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지역 약학계 연구자의 지적이다. 첨복단지 5년 운영과정에서 신약연구에 많은 도움을 받아왔는데 재정자립화에 몰려 소위 돈 안 되는 연구지원 보다는 돈 되는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데 대한 아쉬움이다.

17일 오후 대구첨복재단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메디시티 상생포럼’에서 김정애 영남대 약학대학 교수(사진)는 ‘신약개발지원센터 지원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영남약대의 경우 이미 다양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연구는 쉽지 않았다. 모 제약사에 특허를 이전한 혈관신생질환 치료제는 결국 개발이 중단됐다. 평가 과정에서 비용 문제를 비롯 여러 과정을 함께 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기술 이전도 어려웠다. 평가 기준이 많지만 약대가 직접할 수 사항이 적다보니 기업에서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이전 논의를 포기하기도 했다.

연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5년 전 운영에 들어간 신약개발지원센터는 많은 도움을 줬다. 유도체 등 약학조성물의 2건의 특허 기술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신약개발지원센터를 통해 대사안정성 평가를 비롯해 인체 안전성, 약동학 등 다양한 평가를 통해 2018년 3월 모 제약사로 이술이전 했다. 해당 기술은 현재 100개 국가에 특허출원돼 있다. 이같은 사례는 센터가 생긴 이후 꾸준히 이어졌다. 이 밖에도 신약개발지원센터는 약학대학의 시험비용을 지원하고 국외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의 시험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재단 자립화 문제는 정작 센터가 수행하는 본연의 업무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약개발지원센터가 스스로 신약물질을 시험하고 상업화로 전달해야 하는데 과도한 자립화 요구는 이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단절을 극복하라는 목적이 아닌 생존을 위한 과제에 치중한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학계의 연구가 하나의 기술로 상업화되려면 "신약개발지원센터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안정적인 개발 지원이 원래 계획했던 신약 강국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이어 "정부가 바뀔 때마다 자립화를 하라하고 발전방안을 내라 하는 것은 본연의 업무를 침해할 수 있다"며 "신약개발지원센터에서 예산 운용시 평가와 최적화를 맡아야 함에도 자립화라는 이름 아래 유효물질을 만드는 가욋일에 빠질 수 있다. 자연히 기존 업무 예산이 다른 곳으로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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