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라니티딘 반품시 제조번호, 유통기한 보고 입장 고수
식약처가 '133개 업체 269개 품목 전제조번호'로 갈음한 것과 대조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제약사와 의약품유통업체, 약국이 라니티딘 회수에 분주한 가운데 심평원의 융통성 없는 반품 정책으로 의약품유통업체들이 두번 울고 있다. 식약처가 업체들의 편익성을 고려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과도 대조되며 불만을 사고 있는 것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심사평가원이 라니티딘 제제 회수 과정에서 원칙임을 내세워 반품보고시 제조번호와 유통기한을 작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

반면 식약처는 '식약처 안전성서한에 따른 133개 업체 269개 품목의 전제조번호'라는 일괄표기로 제조번호와 유통기한 작성을 갈음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회수 대상 품목 수와 양이 많아 서류업무가 과도하다며 회수계획서에 제조번호와 유통기한 작성을 생략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수용, 융통성있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의약품유통업계와 제약사는 소비자와 약국으로부터 300개가 넘는 라니티딘 품목을 회수하는 한편 회수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현장업무와 서류업무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약국으로부터 회수하는 비용과 시간도 부족한 상황에서 심평원이 시장 상황을 간과한 탁상 행정을 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라니티딘 문제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반품 보고까지 하라는 것은 조문에만 얽매인 지나치게 융통성없는 행정이라는 것.

특히 의약품 행정 주무 부서인 식약처와 심평원이 같은 상황을 놓고 다른 정책을 펼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의약품유통업체 관계자는 "라니티딘 같은 범국가적인 상황에서 행정적인 반품 보고를 하라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라며 "여기에 식약처와 심평원이 다른 결정을 내리면 현장에서는 더욱더 어려움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반품보고를 하려면 출하보고에 들어간 인력과 시간 만큼 다시 투자해야 하는데, 지금 라니티딘 사태로 평소보다 반품 업무가 몇배나 늘어난 상황에서 반품보고까지 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 정보센터 관계자는 "일련번호 보고 제도에 따라 반품 시에도 제조번호와 유효기간, 일련번호를 보고해야 한다"며 "그러나 일단 한번 유통된 의약품은 최소포장단위를 개봉해 요양기관에 유통된 만큼 최소포장 단위로 부여되는 일련번호는 의미가 없어지므로 제조번호, 유효기간만으로 반품보고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라니티딘과 같은 특수한 상황이라 해도 의약품의 출하는 물론 반품, 폐기 경로를 심평원이 모두 파악해야 원활한 반품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도 보탰다.

이 관계자는 이어 "포장이 파손되거나 번호를 식별할 수 없는 제품이라 해도 최대한 확인이 가능한 정보를 토대로 반품보고를 해달라"며 "이는 발사르탄 사태 때도 동일하게 적용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심평원의 요지부동에 유통업계는 때아닌 반품보고 대란이 일어날 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 때도 일련번호 보고 제도는 시행된 후였으나 행정처분 유예기간이라 대부분 유통업체가 반품보고 부담은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반품 들어온 제품도 똑같이 바코드 리딩작업을 하고 있지만 업무 부담이 상당하다"며 "출하보고를 기반으로 하는 일련번호 보고 제도라면, 반품은 역으로 약국이 도매에게 정보를넘기고 도매가 제약사에 정보를 넘겨야 하는데 모든 유통 책임을 도매에만 지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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