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릴 환자 1명이냐, 10명이냐의 문제’
박능후 장관, ‘제약사 약가요구 전부수용 어려워’

[의학신문·일간보사=이종태 기자] "고가약의 보험가격을 정하는 과정은 1명의 환자를 살릴 것인지, 5명의 환자를 살릴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정책집행자로서는 괴롭지만 효율을 간과할 수는 없다."

보건당국이 보장성 강화의 방향에 대해 정책집행자로서의 고충을 털어놨다. 보험재정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약가협상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고민이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정부가 문 케어를 통해 보장성 강화정책을 펴고 있지만 희귀·중증질환치료제에 대한 급여화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날 폐암 4기 선고를 받은 폐질환 환자단체인 숨사랑모임 이건주 운영위원은 참고인으로 출석해 중증질환 치료제에 대한 급여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건주 위원은 “우리나라가 세계10위권 경제대국으로 올라서고 전세계에 자랑스러운 건보제도를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지만 암환자들은 이 시간에도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상급병실료나 추나 등 목숨과 직접적으로 결부되지 않는 것들은 줄줄이 급여화가 되고 있는데 정작 일분일초가 시급한 치료제에 대한 보장여부는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아 섭섭하다"고 지적했다.

참고인은 일부 고가의 약제라도 국민건강을 위해서 적극적인 협상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박능후 장관은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해 간절히 기대하고 있는 환자들의 의견을 늘 경청하고 있다. 정책입안자로서 늘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다"면서 "하지만 정책을 집행하는데 있어서 비용효과성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약가에 대해 빠른 시일내에 보험급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지만 제약사들의 비용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는 부분”이라면서 “우리가 냉담한 것이 아니라 정책집행자로서 효율을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해해달라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MRI나 CT등의 급여화에 대해 지적했는데 이런 것들은 중증질환과 관계가 있다. 경질환이 아니라 폐암이나 위암과 같은 중증 암질환에 대한 진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급여화가 필요했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중증질환자들에 대해 절대 경시하고 있지 않다.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실제 다국적제약사들의 약가관련 코리아패싱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돼온 사안이다. 지난해에는 간암치료에 쓰이는 조영제 리피오돌이 환자를 무기로 약가협상에 나서면서 게르베코리아의 강승호 대표가 국감장에 서기도 했다.

또한 OECD국가의 75%에서 급여혜택이 이뤄지고 있는 키트루다는 폐암 1차 치료제 급여화를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약가협상이 장기화되면서 환자들의 민원이 폭주하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사전협상 중 결렬과 재개를 반복하며 환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이날 장정숙 의원은 “"정해진 예산으로 1명을 살릴 것인지 10명을 살릴것인지 신중을 기해야한다고 하는데 국민 목숨을 가지고 비용효과성을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생사를 오가는 환자들이 손놓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것을 더이상 방치하지말고 정부는 이제 협상력을 끌어올릴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