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병 경증환자 쏠림 현상 완화 위해 응급의료체계 개편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이종태 기자] 최근 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의 경증환자 비율을 낮추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병원쏠림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개편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형병원에 응급실에 경증환자가 몰려 정작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중앙응급의료센터의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자료를 통해 2016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 및 지역응급의료센터 방문환자 중 경증환자의 비율을 공개하고 이같이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4년간 응급실 방문환자수는 2016년 550만명, 2017년 554만명, 2018년 578만명, 2019년 상반기 276만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중 경증환자의 비율은 2016년 304만명으로 전체 환자의 55.4%, 2017년 305만명( 55%), 2018년 318만명(55%), 2019년 상반기 148만명(53.5%) 등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당연히 응급실을 이용해야 하는 중증환자도 2016년 8.3%, 2017년 7.4%, 2018년 6.9%, 2019년 상반기 6.9%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중증환자로 의심되는 환자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36.3%, 2017년 37.6%, 2018년 38.1%, 2019년 상반기 39.6%로 경증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지만 중증으로 분류하기도 애매한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상급종합병원이나 300병상을 초과하는 종합병원 중 지정하는데, 이들은 ‘중증응급환자 중심의 진료’를 하도록 법에 명시되어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도 경증환자의 비율이 다른 응급센터와 전체적인 추세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36개 권역응급의료센터별 현황을 살펴본 결과, 이 중 1/3인 13곳은 경증환자 비율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순천향대학교 부속 부천병원은 응급실 방문환자 3만 1810명 중 경증환자가 1만 9332명으로 60.8%나 차지했다.

BIG5 병원 중 유일하게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받은 서울대학교병원의 경우, 총 3만 5887명의 방문환자 중 1만 3248명이 경증환자로 36.9%를 차지하는 반면 중증환자는 4368명으로 12.2% 불과한 상황.

전국적으로 155개 의료기관에 지정되어 있는 지역응급의료센터 상위 10곳을 살펴보면 하남성심병원의 경우 총 1만 149명의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했는데 이 중 9282명인 91.5%가 경증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병원 역시 1만 2612명 중 1만 1039명이 경증환자로, 비율이 87.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실제 응급실내 경증환자 비율은 크게 줄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부분이다.

이에 김상희의원은 “2015년 복지부가 발표했던 내용 중 환자 스스로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을 때에는 응급실 전문의료인력이 사전 분류단계에서 중증도를 판단해 비응급 환자는 중소병원 응급실로 회송하도록 한다던 계획은 4년이 지난 지금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최근 시행하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안 시행과 함께 응급의료체계도 확실히 손을 봐야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확실히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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