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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의사가 되려고 하는가?       
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최근 법무부장관의 자녀가 논문 저자 조작을 통해 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는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법적인 문제와 그에 따른 공정한 후속 조치가 있겠지만 예비의사의 길을 택한 학생과 학생을 지도한 교수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해당 학생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의사가 되려고 했으며, 이 학생을 지도한 지도교수는 어떤 의사를 만들려고 했는지 궁금하다. 특히 해당 교수는 소속 학회 이사장으로 재임 시 윤리강령 제정을 주도한 분이다. 윤리적인 의사가 되자며 비전을 제시했던 그에게 존경과 찬사를 보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그 분의 생각과 삶이 분리된 모습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먼저 해당 학생에게 왜 의사가 되려고 하는지 묻고 싶다. 의사라는 직종은 일반 직종(occupation)과 달리 특별한 소명의식과 사명감 없이는 지탱하기 힘든 직종이다. 어렵고 전문적인 지식과 술기를 습득하고 의사로서 갖추어야 할 성품을 배우고 익혀야만 하는 직종이다. 그래서 의사직을 소명(vocation)이라고 한다.  ‘vocatio’에서 유래한 소명은 천직, 신의 부르심, 사명감 등을 뜻한다. 단지 의식주를 영위하기 위해 선택하는 목적 그 이상의 목적과 신뢰받을 만한 성품을 가지고 의사가 되어야 한다. 해당 학생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의사가 되려고 하는지 궁금하다.

의사는 환자의 몸에 칼을 대고 약을 주입하는 위험이 따르는 행위를 한다. 정확한 지식이 없이 의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스베리우스 프리취는 ‘죄를 범하는 의사(The Sinning Doctor)’에서 의사의 도덕적 죄악 중에서 가장 중한 것이 “의술에 완전한 능력을 지니지 못한 채 의료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의사들은 독서 수준을 넘어서는 치료 능력을 갖추어야한다. 더듬거리는 박애주의자보다는 능력 있는 악당에게 수술을 맡기겠다.”고 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전문술기와 지식이 부족한 의사는 죄를 범하는 의사가 된다. 실력 없는 엉터리 의사를 배출하는 의과대학 역시 큰 죄를 짓는 것이다. 그나마 해당 의과대학의 엄격한 교육시스템이 학습능력이 부족한 학생을 유급제도를 통해 관리한 것 같아 다행이다.

조사결과에 따라 학생자격 유무 결정은 차치하고, 일단 해당 학생은 환자를 위하는 의사가 되기 위해 의사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지식을 충분히 습득해야만 한다. 그것이 안 되거나 자신이 없다면 의사가 되려는 꿈을 내려놓은 것이 환자들과 본인에게 유익이 된다.

부산대 의대의 교육자에게 묻고 싶다. 그는 지도교수로서 만일 유급을 당하지 않고 매 학기 진급을 한다면 200만원 장학금을 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후 6학기 동안 유급 당하지 않고 진급하였기에 장학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낙제방지 장학금을 지급한 지도교수의 교육관이 심히 염려스럽다. 그는 돈으로 의사를 교육 하려고 했다.

의사들은 이런 기행적인 교육방법으로 만들어서도 안 되고,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장학금으로 지급한 1200만원이 선의였다고 주장하지만, 일반인들의 정서와 상식적인 윤리관으로는 검은 손으로 보일 뿐이다. 이런 교수에게 제자들이 무엇을 배우고 닮아가겠는가 싶다. 의사의 품위를 손상하고  의학 교육자의 격을 추락시킨 사례로 보인다. 이 분의 의사 품위 손상 부분은 전문가평가제 대상에 해당될 것으로 판단된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해당 대학은 자신들의 해괴한 장학금 지급 형태와 지도방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대학 당국자는 전문가 집단을 교육하는 기관으로서 보여야 할 단호한 입장을 내 놓지 못하고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는 비겁함을 보였다. 혹시나 했는데 더 큰 실망을 안겨 주었다. 영혼을 잃은 대학은 죽은 대학이고, 의학 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교육은 의과대학의 격을 기술학원 수준으로 추락시켜 버린다.

의학 전문직업성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으로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의사는 이론과 강의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교수들이 보여주는 말과 행동을 보고 배워간다. 나쁜 나무에서 좋은 열매가 나올 수 없다. 문제의 해당 의과대학은 그 동안 훌륭한 의사들을 무수히 배출한 명문대학이다. 대학의 격과 위상은 이런 분들을 솎아낼 자정기능을 통해  유지된다. 그 동안 쌓아온 해당 대학의 명예와 격을 속히 회복하는 명문대학의 정신을 보여 주길 기대한다.

 

의학신문  medicalnews@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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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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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홧팅 2019-10-01 10:39:47

    의료인은 직업이전에 소명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과연 저런 의식을 가지고 어떤 의사가 되고자 했는지 정말 묻고 싶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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