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전협 회장단, EMR 로그아웃 차단 등 전공의 수련환경의 각종 문제점 성토
병원계·정부, EMR 시각 엇갈린 채 수련환경체계화-보완에 동의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근무시간 초과 시 EMR에서 강제 로그아웃되는 문제부터 부실 병원에 대한 이동수련 조치 미비, 기피과에 전공의 지원을 위한 예산 부족 등 전공의 수련환경 문제점에 대한 전공의들의 성토가 이어진 가운데, 전공의들은 의료계와 정부가 이에 대한 유효한 해결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와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주최한 ‘전공의 법 3년 전공의 근로시간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가 지난 26일 국회 제7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됐다.

◆ 누구를 위한 80시간 제한인가?

이날 전공의들은 전공의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전공의법의 주 80시간 근무제도가 오히려 전공의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폐해에 대해서 지적했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EMR 전자의무기록에 근무시간이 초과될 경우 강제로 로그인이 차단되는 문제를 비판했다.

박지현 회장은 “환자에 대한 수술 기록 작성과과 추가적인 진료가 필요함에도 더 이상 로그인이 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동료 전공의의 아이디를 빌려 로그인한다”면서 “수련병원에서 사실상 위법행위를 전공의들에게 유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즉, 전공의들의 근무 외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80시간 제한이 근무 현실 등을 반영하지 못해 전공의들에게 족쇄로 다가온다는 지적이다.

또한 80시간 제한만을 고집하는 정부나 병원계의 방안이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경민 동국대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병원은 전공의를 값싼 노동자로 취급하는 것으로 보인다. 단순하게 80시간을 꼭 지켜야한다는 마인드가 베어있는 것 같다”면서 “수가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11조 보건예산 중 기피과 예산 1억 책정, 사실상 포기나 마찬가지

손상호 대전협 고문(사진 왼쪽 첫번째)은 전공의 지원이 미달되는 소위 기피과 소속 전공의들이 겪는 어려움을 밝힌 뒤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턱없이 모자란 정부예산과 체계화되지 않은 교육과정을 지적하면서 사실상 정부가 별다른 노력없이 방치하고 있음을 비판했다.

손 고문은 “기피과의 한 전공의는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는 과라는 이유로 소속병원에서 의사계약서를 써주지 않고 일반행정직원이 쓰는 계약서를 작성했으며, 처우도 일반직원에 준하는 처우였다. 다른 기피과 전공의들도 수료를 1년 앞두고 나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정책 예산을 보더라도 11조의 보건예산 중 기피과 전공의와 관련된 예산은 단 1억에 불과하다”면서 “기피과로 불리는 과가 10개임을 고려할 때 각과에 1000만원밖에 안돌아가는 것이다. 1000만원을 쓰고 기피과를 육성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꿈도 야무지다는 말 밖엔 나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한 전공의법 80시간 제한 대해서도 손 고문은 이로 인한 수련 시간의 부족을 성토하는 병원계와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근본적인 문제는 어떻게 가르치느냐”라면서 “연차별 수련교과 과정이 1년차와 2,3년차가 동일한 경우가 많다. 결국 전공의 양성의 체계화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환자 수 제한 등 前 대전협 회장들의 조언 이어져

역대 대전협회장들도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조언을 이어나갔다. 이승우 전 대전협 회장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검토결과 급여나 교육이 부실한 경우 그 병원의 전공의 선생님들을 이동 수련하는 방안이 검토되었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실제 이동수련되기까지 1년의 기간이 걸렸다. 4년동안의 학업 기간 중 1년은 상당히 긴 기간임을 고려할 때 수련병원 기준을 높이더라도 최대한 가능한 병원만 하도록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기동훈 전 대전협 회장은 “전공의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필요하다 싶으면 병동과 응급실에 환자 수를 제한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병원계·정부, “일부 의견에 공감…수련환경평가 통한 보완 해 나갈 것”

병원계와 정부는 전공의들의 일부 의견의 공감을 표하는 한편 수련환경평가를 통해 지적된 점을 보완해 갈 것을 강조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은백린 이사장은 “학회평가와 수련환경평가를 일원화 하는 것은 학회에서도 이야기하는 바이고, 시스템화가 되어야 한다”면서 “각 계가 서로를 이해하면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EMR 로그아웃이 꼼수라는 지적에는 반박했다. 그는 “병원에서 전공의의 수련시간을 계측하는 것은 로그인에서 로그아웃까지다. 병원에서 전공의가 몇시간 근무했는지 자주 잊어 자동으로 로그아웃 되게 만든 프로그램을 개발해 전산기록상 남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임영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은 “무조건 로그아웃 후 원천차단보다 상황에 따라 로그인은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해보인다”고 EMR 문제의 보완이 가능함을 밝혔다.

이어 그는 수련환경평가를 통해 전공의 수련환경의 문제점을 단계적으로 보완해 갈 것을 밝혔다. 임 사무관은 “2018년에 수련환경 평가가 이뤄지고 이에 대해 미비한 병원들을 처벌한 케이스가 있었다. 올해에는 해당병원에 대해 시정이 어떻게 됐는지 점검하는 식으로 이뤄졌다”면서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수련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임 사무관은 “전공의법이 시행되고 나서 6년차나 전문의 선생님들과 정비 시간표를 만들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다. 수련환경 체계화에 있어서도 연차별 수련분과과정을 체계화하고 그 부분에 대한 예산을 좀더 확보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