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10일 만에 발표 번복한 식약처 더이상 신뢰할 수 없다”
의약품 안전관리 전반 대대적 개선-전문성 제고 나서야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의료계가 위장약에 함유된 라니티딘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된 것과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발사르탄 사태부터 라니티딘까지 외국에서 발표한 후에야 늑장대응을 반복하고 있는데다 입장을 번복해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26일 “잔탁 등 일부 라니티딘 계열의 의약품에서 발암 우려 물질이 검출된 사태는 전적으로 식약처와 제약사에 책임이 있다”며 “뒷북만 반복하는 식약처의 존재의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앞서 美 FDA와 유럽 EMA에서 잔탁 등 일부 라니티딘 계열에서 발암 우려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히스타민 수용체를 차단해 위산분비를 억제하는 라니티딘은 위염 등 소화기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약물이다. 국제암연구소에서 인체 발암 추정물질로 분류하고 있는 NDMA는 지난 해 발사르탄 계열 혈압약에서도 검출되어 전 세계적으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지난 16일 “잔탁에 사용하는 원료제조소에서 생산된 라니티딘을 검사한 결과, NDMA가 검출되지 않았으며, 외국과는 검사 결과가 달라 큰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26일 식약처는 “수입 또는 국내 제조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 전수 조사 결과 원료의약품(7종)에서 NDMA가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해 검출돼 라니티딘 사용 완제의약품 269품목 잠정 제조·수입·판매 및 처방 중지한다”며 10일 만에 입장을 뒤집은 것.

이에 의협은 “이번 라니티딘 사태는 외국에서 의약품 성분의 문제를 먼저 인지하고, 뒤이어 국내에서 조사에 나서는 모양새가 지난 발사르탄 사태와 유사하다”며 “식약처는 핵심전략으로 ‘의약품 원료부터 철저하게 관리’를 내세우고 있으나 여전히 바뀐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의협은 식약처가 외국 발표에 의존하고, 독자적이나 능동적으로 대처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돼 더 이상 신뢰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유해 성분이 국내 조사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는 식약처의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었다”며 “선제적인 검사, 능동적인 모니터링 없이 그저 외국의 발표만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 대응 식약처는 단순 의약품을 허가하는 곳에 불과하다”고 피력했다.

이에 따라 의협은 식약처 측에 의약품 안전관리를 통한 국민의 생명 보호라는 본분에 걸맞게 의약품 안전관리 전반에 대한 대대적 개선과 전문성 제고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의약품에 대한 적극적인 불시 수거 및 검사를 통한,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야하며, 전문성 제고를 위해 충분한 전문인력을 확보해야한다는 게 의협 측 주장이다.

의협은 “반복되는 의약품 원재료의 안전성 문제와 식약처의 사후약방문식 대응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의사와 환자”라며 “진료실에서 환자의 오해와 불만, 불안감을 해소시켜야할 책임은 의사가 아닌 식약처와 제약사에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의협은 “지난 발사르탄 사태에서도 의사들이 환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혼란을 잠재우는 동안, 식약처와 제약사는 뒤에서 팔짱을 끼고 구경만 했다”며 “식약처는 환자의 불만사항과 진료비 및 약제비 관련한 민원에 대해 직접 책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의협은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와 함께 정부의 요청을 수용하고,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판매가 중지된 라니티딘에 대한 재처방 및 재조제 1회에 한해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면제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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