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사회∙정책적 활동 활발하게 펼쳐
8년동안 꾸준히 치매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예방프로그램 ‘일상예찬’ 진행
올해 ‘IC-KDA 2019’ 첫 국제학술대회 성공적으로 유치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치매(dementia)는 ‘de(out of) + ment(mind) + ia(state of)’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로 ‘정신이 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정상적으로 성장해 생활했던 사람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 뇌 신경세포가 손상돼 기억력을 포함한 두 가지 이상의 인지기능장애가 계속되면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일 때 치매라고 정의한다.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령인구 중 치매환자는 약 75만명으로 추정되며 2024년 100만명, 2039년 2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인구 고령화로 인한 치매 유병률이 급증과 동시에 사회적∙경제적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치매 관련한 정책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대한치매학회는 치매환자를 위한 예방과 치료를 위해 1996년 연구회로 출발했다. 치매 관련 질환을 연구해온 의료진을 중심으로 치매와 관련된 다양한 직역의 신경심리학자, 간호사, 사회사업가들이 참여하는 모임으로 점차 확대되어 2002년 정식 학회로 발족했다.

치매에 대해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학술 부분을 강화하고 있으며 의사를 중심으로 한 임상학술팀, 기초 연구를 위한 기초학술팀, 신경심리팀 3가지 분야로 나누어 학술을 세분화하고 영역을 확대했다.

본인만 원하면 의사가 아니어도 학회에 가입 가능하다. 현재는 신경과 50%, 신경심리 30%, 정신과 의사를 포함한 간호사 및 사회복지사 등이 20%를 차지하며, 치매환자를 5년 이상 관리하며 일한 사람이라면 가입 가능하다.

2019년 현재 회원수 2천여명이 넘는 치매에 관한한 명실상부한 대표적인 학회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창립 직후인 2002년부터 매년 2회 이상 학술대회 및 전문의 보수교육과 일반의를 대상으로 한 치매 전문화 교육, 매월 월례집담회 등을 통해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국내 치매 치료의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다기관 임상연구, 치매 척도 개발 등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한국형 치매 진료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대한치매학회가 주최하는 첫 국제학술대회 ‘IC-KDA 2019’를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세계 20개국에서 650여명이 참여한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다양한 최신 치매 진단 및 치료에 대한 논의를 통해, 치매 치료의 발전적인 연구 영향 및 세계 연구자들과 네트워크를 이룰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또한 대한치매학회는 학술적 활동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치매 환자와 가족들이 사회에 보다 친화적으로 녹아들 수 있도록 돕는 ‘일상예찬’이라는 프로그램을 2012년부터 8년동안 꾸준히 진행중이다. 2015년부터는 국립현대미술관과 MOU를 맺고 초기치매환자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상예찬’은 외출이 어려웠던 치매 환자와 보호자들이 함께 미술관으로 소풍을 가고, 미술 작품을 만든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환자와 보호자만의 작품활동 등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지난 7월에는 아흔을 바라보면서도 지치지 않고 미술활동을 하고 있는 박서보 작가전에 환자와 보호자들이 참여해 사회활동, 취미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한 바 있으며 다가오는 10월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가을을 만끽하며 건축물을 통해 삶을 추억하고 기억하는 활동을 할 예정이다.

"치매 환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회가 되어야"

대한치매학회 이찬녕 홍보이사 미니 인터뷰

Q. 최근 진행한 대한치매학회 활동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면?
이: 국제 심포지엄 개최와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진행하는 ‘일상예찬’ 캠페인이 있다. 이런 캠페인을 통해 치매 환자들이 미술관에 대한 장벽이 무너지고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추후에는 박물관 등 더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활동으로 인해 치매 환자부터 시작되어 장애인, 사회적 약자까지 확대되면서 인간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Q. 일상예찬 캠페인은 어떤 것이며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지
이: 일상예찬은 올해 5월, 7월, 10월 매주 수요일마다 총 10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상예찬의 미술관 프로그램은 옛날 물건을 활용해서 작품을 만들거나, 옛날 풍경을 그리는 등 캠페인의 취지와 잘 맞는 작가를 초청해 직접 일상예찬 참여자들에게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고, 작품감상을 나누기도 한다.
일상예찬을 통해 치매 환자가 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미술관, 고궁, 박물관, 극장 등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정상인처럼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치매 환자와 보호자도 자신감을 얻게 된다. 또한 실제 일상예찬 참여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환자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감정적인 부분이 많이 호전됐다는 평가가 많고, 외출 등 일상생활 활동이 좋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Q. 치매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현재 치료제도 없는 상황인데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있는가?
이: 치매 위험이 있을 때 적절한 약물과 함께 생활태도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치료와 적절한 운동과 사회생활, 건강한 식사 등을 병행하면 증상이 악화되지 않고 잘 지내는 환자도 많다. 약물치료 한 가지 방법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일상생활에서 여러 위험요인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진도 환자에게 약물 처방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일상생활 속에서 잘못된 습관을 교정하며 종합적으로 진료한다.

Q. 치매 환자가 약물치료와 함께 적극적인 사회활동, 꾸준한 운동을 하면 악화를 늦출 수 있는가?
이: 사람의 뇌는 인지 예비능(Cognitive Reserve)과 뇌의 유연성(Flexibility)이 있어 어느 정도의 여유로운 인지능력을 갖고 있다. 공부나 운동 같은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인지 예비능을 활용하게 되고 유연하게 변화하면서 뇌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치매 환자도 동일하게 아직 뇌가 손상되지 않은 부분이 있고, 그 부분을 일상생활을 지속하고, 뇌 기능이 개발될 수 있도록 잘 사용하면, 좋아질 수 있다. 따라서 의학적 치료와 함께 일상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대한치매학회는 현재 대한인지중재학회와 함께 물리적치료, 음악치료 등 비약물적 치료, 인지중재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Q. 현재 치매를 위해 진행되고 있는 국가적 제도가 잘 유지되고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이: 치매 환자를 치료시설로 인도하는 방향은 꼭 필요한 부분이지만 환자와 보호자를 분리하고, 사회에서 격리하게 될 수 있다.
일본과 네덜란드 등 선진국들의 치매 정책은 치매 환자의 인권과 삶에 더 집중하는 추세이다. 길거리에 있는 위험요소는 없애고, 직관적인 표지판을 설치하고, 지역주민의 도움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등 치매 환자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고, 치매 환자와 더불어 사는 사회를 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치매 환자 돌봄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환자의 삶에 더 집중하고 환자를 포용해줄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치매 환자를 도와주는 것이 자연스럽고, 치매 환자의 실수를 수용하고, 치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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