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정신질환자·외래진료 없는 ‘3무’ 안전지대
요양병협, 복지부에 의견 제출…‘비상벨 설치’는 논의 가능  

[의학신문·일간보사=이상만 기자] 1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해 보안장비 및 보안인력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요양병원계가 폭력사건이 거의 없는 요양병원을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강력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요양병원협회(회장 손덕현)는 지난 19일 제3차 상임이사 및 시도회장 합동회의에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토의안건으로 상정해 논의 결과 입법예고안에 반대하기로 결론 내렸다. 또한 이 같은 협회 입장을 복지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달 16일 1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해 경찰청과 연결된 비상벨을 설치하고, 1명 이상의 보안인력을 배치하도록 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대해 요양병원협회 손덕현 회장은 “안전한 진료환경을 조성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100병상 이상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에 보안인력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한 조항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논의는 지난해 12월 31일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가 외래진료 도중 정신질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 계기가 됐다.

그 뒤 보건복지부는 대한병원협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함께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대책을 논의했고, 지난 4월 4일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방안’ 발표로 이어졌다.

복지부가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7290개 병의원을 대상으로 진료환경 실태조사를 한 결과 최근 3년간 의료기관 내 폭행사건은 △50병상 이하 의료기관에서 2.3% △51~100병상에서 6% △101~300병상에서 12.4% △301병상 이상에서 39% 발생했다.

이 중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내 폭행사건의 37.7%는 정신과가 설치된 병원에서 일어났고, 정신과가 없는 의료기관에서는 6.4%에 불과했다.

폭행 발생 원인으로는 환자 또는 보호자의 음주상태가 45.8%로 가장 높았고, 의료인 진료 결과 불만이 20.3%, 대기시간 및 순서 불만이 5.7%, 환자 또는 보호자 요구 거부가 1.9%를 차지했다. <표 참고>

이를 종합하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폭행사건의 상당수는 정신건강의학과나 주취자가 많은 응급실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폭행 발생비율이 높은’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과 정신병원, 정신과 의원에는 비상벨, 비상문, 보안인력을 갖추도록 의료기관 준수사항에 반영한다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의료기관 내 폭행과 무관한 요양병원까지 보안인력 배치 대상에 ‘구색 맞추기’ 식으로 포함시켰다.

손덕현 회장은 “요양병원은 ‘3무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굳이 폭행에 대비해 보안요원을 배치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응급실이 없고, 정신질환자가 없으며, 외래진료 역시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비상벨 설치 여부는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의료법상 요양병원 입원 대상이 △노인성 질환자 △만성질환자 △외과적 수술 후 또는 상해 후 회복기간에 있는 환자라는 점에서 폭행 안전지대에 해당한다.

손덕현 회장은 “100병상 이상 모든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보안요원을 의무적으로 배치할 게 아니라 폭행사건이 상대적으로 빈번한 급성기병원의 진료환경을 집중 개선하고, 폭행안전지대인 요양병원은 보안요원 배치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