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 희귀질환 고셔병, 빠른 진단·치료시 정상인과 같은 생활 가능해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매년 10월 1일은 ‘세계 고셔의 날’이다. 국내에 확인된 환자 수는 약 50여명. 이름조차 생소한 유전성 희귀질환인 ‘고셔병’은 전 세계적으로 4~6만명 당 1명꼴로 발생하는 매우 희귀한 질환이다.

고셔병은 진행성 질환으로 치료가 늦어지면 장애를 유발하고 평균 수명을 단축시키며, 심각할 경우 합병증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빠른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고셔병 증상이 타 유사한 질병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있어 조기 진단을 방해하고 있다.

인구 약 20만명 당 1명꼴인 국내 고셔병의 유병률을 고려했을 때, 국내 환자 수는 약 200~25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국내 환자는 약 5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 아직 진단을 받지 못한 환자가 많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고셔병의 진단은 병력 청취 등 진찰과 함께 효소활성도 검사, 유전자 검사, 골수 검사 등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현재까지는 혈액검사를 통한 효소활성도 검사가 가장 정확도 높은 진단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효소활성도 검사를 보다 간편히 할 수 있는 진단키트도 개발돼 보다 쉬운 진단적 접근을 견인하고 있다. 독일의 진단검사 전문 연구소 센토진AG는 다케다제약과 함께 고셔병 등을 진단하는 DBS(Dried Blood Spot) 진단키트를 국내에 제공하고 있다.

DBS 키트는 적은 양의 건조혈액을 사용해 LSD 질환 진단에 필요한 효소활성도, 유전자 분석, 바이오마커분석 등 3가지 검사를 한 번에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양의 채혈이 필요하지 않고 혈액의 운반, 보관 등에도 용이한다.

또한, 추가적인 검사를 위해 다시 내원하는 등의 불편을 줄일 수 있어 환자 편의성도 매우 높아 고셔병 환자들이 보다 쉽고 빠르게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셔병 환자인 A씨 역시 7세 무렵에 첫 증상이 발견됐으나 오랫동안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다 약 26년만인 2017년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에서 고셔병을 진단 받았다.

[A씨의 고셔병 발현 및 진단 히스토리]

고셔병 환자인 A씨(35세)는 7살이던 1991년 비장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복부 팽창의 원인은 비정상적인 비장 비대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고, 희귀질환인 것 같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지만 정확한 진단을 받지는 못했다.

비장비대증은 고셔병의 대표적인 증상이지만, 당시 전세계적으로 고셔병과 같은 희귀질환은 잘 알려지지 않았고, 특히, 국내에서는 90년대 후반이 돼서야 고셔병 치료제가 도입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A씨가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4년 후인 1995년, A씨는 또 다시 골관절염 등 골격계 이상 증상으로 정형외과를 찾았다. 이 역시 고셔병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지만, 당시에도 일반적인 관절 염증 치료만 진행했을 뿐, 추가적인 고셔병 진단이나 치료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후 30대가 되어 갑작스러운 명치 통증 등의 증상으로 다시 병원을 찾을 때까지 고셔병을 의심할만한 특별한 증상은 없었다. 다만, A씨는 학창시절 멍과 코피가 잦은 편이었는데 돌이켜보면 이 역시 고셔병으로 인한 증상이었을 것이라 짐작한다고 전했다.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혈액내과 도영록 교수<사진>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비장 비대와 빈혈 혹은 혈소판 감소증 등의 증상이 동반될 경우 고셔병을 의심하고 반드시 혈액검사 등을 진행해봐야 한다”며 “조기에 진단을 받고 부족한 효소를 공급하는 치료를 진행하면 정상적인 대사가 일어나 일반인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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