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질환 비중 큰 진료과 특성상 ‘치명타’…중증 발굴·기능 재편 요구되지만 쉽지 않아

안저검사 사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상급종합병원을 중증질환전문병원으로 탈바꿈하려는 정부의 정책과 관련, 안과와 이비인후과가 변혁의 기로에 서게 됐다. 두 진료과 관계자들은 경증질환 비중이 큰 진료과 특성상 상급종병에서의 역할이 축소되지만, 이에 대한 대응방안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9일 의료계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안과와 이비인후과 관련 학회 등에서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에 대한 분석과 함께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우려는 역시 상급종병의 경증질환 페널티다. 질환 상당수가 경증질환인 안과와 이비인후과는 상급종병에 환자 내원시 경증질환에 대해 ‘종별 가산을 적용하지 않는’ 방침으로 인해 기존보다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태다. 여기에 더해 상급종병 평가시 경증질환 내원비율을 대폭 축소시킨 기준으로 인해 타 진료과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상황이다.

내원 환자 구성이 달라지는 점도 두 진료과의 고민 중 하나다. 경증질환군 환자가 대폭 축소되면서 빈자리를 중증질환군 환자가 채우게 되는데, 이 환자 중 상당수가 경증질환이면서도 고위험군에 속한 환자가 많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안과 관계자들에 따르면 안과의 경우, 치매 혹은 정신질환이 동반되거나 떨림 현상 등이 있는 백내장 환자들에게 전신마취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환자 중 일부는 로컬 의료기관에서 백내장 수술을 시도하다 예후가 악화된 환자가 많다.

한 안과 전문의는 “로컬 의료기관에서 손대기 어려운, 이른바 문제가 생길 것 같은 환자가 급증할 우려가 있다”면서 “의료진의 피로도가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결국 진료과의 체질 개선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현재 경증질환이 대부분인 진료과의 질환군 중에서 중증질환을 새로이 발굴하거나, 각 질환에 대한 종별 역할 개편을 전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다만 이에 대한 논의는 상급종병부터 의원급 의료기관 구성원까지 모인 상황에서 전공의 수련시스템부터 수가, 행위 난이도 재산정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해서 관계자 대부분이 실현 가능성에 의문성을 던진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큰 틀에서 보면 두 진료과 모두 상급종병에서의 역할 고민을 진지하게 해봐야 할 시점이 온 듯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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