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동네의원은 경증환자를 치료하고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은 중증환자를 주로 치료하도록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접근성이 좋지만 수술이나 응급상황에 대응할수 있는 시설이나 인력을 갖추지 못한 동네의원에서 감기 같은 경증환자를 진료하고 수술 또는 검사 장비나 다학제 등 시설이나 인력을 구비한 대형병원에서 증증환자를 치료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정윤 편집부국장

대형병원 쏠림에서 보듯 많은 환자들이 큰 병원으로 몰리다 보니 동네의원들은 환자가 줄어 문제고 대형병원은 경증환자들이 외래나 병실을 차지해 중증환자들의 치료기회를 박탈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지적이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하는 이번 의료전달체계 단기 개편안에 담겼다.

핵심은 상급종합병원(중증종합병원으로 명칭 변경)이 경증환자를 진료하면 불리하고, 중증환자를 치료하면 수가구조가 유리하도록 손질됐다.

즉 각종 혜택이 따르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입원환자 가운데 최소 30% 이상이 중증환자(현재는 21% 이상)여야 한다.

30%이상 기준보다 더 많이(최대 44%) 중증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은 평가점수를 더 준다.

동네의원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는 매개인 진료의뢰서 발급방법도 획기적으로 바뀐다.

그동안 환자가 원하면 떼어주던 방식에서 의사가 판단해서 큰 병원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개편안에도 환자가 요구해서 진료의뢰서를 받아 큰 병원으로 갈수 있지만, 의사가 보낸 진료의뢰서보다 진료가 늦어지는 불이익이 있어 경증환자가 맘만 먹으면 큰 병원으로 갈수 있는 통로가 일단 좁아진다.

특히 의뢰가 안된 환자들이 상급병원으로 바로가면 보험적용이 안되는 점도 상급 쏠림을 어느정도 억제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의사가 보낸 중증환자가 상급병원에서 치료 후 호전되면 그 동네의원으로 회송하는 제도도 활성화가 기대된다,

하지만 아무리 촘촘한 제도라도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왜 경증환자들까지 상급병원으로 몰릴까에 대한 고민이 없어 보인다.

상당수 국민들이 동네병원보다 무조건 큰 병원으로 가고 보자는 풍조가 문제라고 의료계 안팍에서는 지적한다.

국민만 탓할 일은 아니다.

동네의원들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일이 시급한데도 이번 대책에는 그다지 눈에 띄는 대목이 없다.

불이익을 감수하고도 상급종합병원으로 가고야 말겠다거나 의사가 진료를 거부할수 없는 현실인데도 경증환자 비율이 높다고 종별가산이나 의료질평가지원금에 불이익을 주는 일도 명쾌하지는 않다.

대형병원 쏠림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여론을 의식해서 이번 의료전달체계가 마련됐지만 여전히 미완이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정부 당국은 우리 국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왜 가까운 동네의원을 외면할까에서 의료전달체계를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밀린 숙제는 했지만 동네의원도, 중형병원도, 대형병원이 함께 건전하게 공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여전히 정부 당국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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