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취업박람회를 통해 엿본 기업의 인재상, 구직자의 기업상(?)
업계 ‘글로벌 감각, 도전정신’ 강조 vs 구직자 ‘워라밸, 사내분위기’ 강조

[의학신문·일간보사=이종태 기자] 제약바이오업계는 지난 3일, 취업박람회를 개최하고 6200여명의 청년구직자들을 맞이하면서 두 번째 행사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매년 저성장으로 인해 채용시장에 한파가 부는 와중에도 꾸준히 채용을 늘려온 제약산업이 국민건강뿐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이바지하면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는 모습이다.

이날 박람회 참가업체들은 국가 신성장동력으로서 미래를 함께 열어갈 새로운 가족들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했고 구직자들은 취업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기업과 구직자들은 저마다의 기준으로 새로운 가족구성원의 합류를 두고 평가는 냉정할 수밖에 없는 법. 그렇다면 제약업계가 원하는 인재상은 무엇이며, 청년구직자들이 기업들에게 요구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제약사, ‘글로벌감각, 도전정신, 신뢰’ 강조

최근 제약바이오산업의 해외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연구직군 외에도 전 직원들의 글로벌 감각과 도전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경우 지원자들에게 대동소이한 외국어 구사능력보다 글로벌 리더로서 발전한 수 있는 가능성을 더욱 중점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진출이 많아지면서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만큼 그들과도 무리없이 화합하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것.

유한양행 관계자는 “유한에서 강조하는 progress & integrity를 잘 이해하고 있는 인재가 누구인지 검토할 것”이라면서 “해외진출이 많아지는 추세에 따라서 세계를 무대로 언제 어디서든 뛸 수 있는 전문가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지역에서 시장을 개척하는 젊은 인채를 찾고 있다. 특히 채용과정에 AI면접을 도입하면서 보다 지원자들을 다양하게 평가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이 직접 선정한 한미인의 열가지 덕목을 잘 실천할 수 있는 인재와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글로벌 비즈니스가 많아지면서 영업, 연구개발, 생산 등 각 직무에 맞춘 직무적합성은 물론 외국어 능통자들을 우대한다. 원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세계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청년들을 원한다”고 언급했다.

개발, 연구, 마케팅, 생산, 영업 등 전직군에 대한 모집을 진행하고 있는 대웅제약은 글로벌헬스케어를 선도해나갈 인재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성장잠재력이 있는 인재를 확보해 업계 최고로 ‘성장’시키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회사의 비전을 이해하고 잠재력있는 우수한 인재를 찾고 있다.

지난 첫 박람회를 통해 연구개발 직군에 7명을 채용한 바 있는 제일약품도 함께 성장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고 있다. 특히 제품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현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찾고 있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지난번 박람회에서 채용했던 인원들이 내부적으로도 열심히 해주고 있어 회사에서도 이번 박람회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회사와 함께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열정적인 구직자들이 많이 지원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밖에도 휴온스, 동국제약, 녹십자 등도 글로벌 역량이 높고 도전적인 인재확보에 대해 의지를 나타냈다.

면접을 진행했던 업체의 인사팀 관계자는 “북미나 동남아는 물론 아랍권에도 진출하는 제약사들이 많아지면서 최근 채용에서 다들 글로벌 감각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면서 “어학시험 점수가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글로벌 인재에 적합한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부각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구직자, ‘워라밸, 복지 등 사내분위기’ 강조

현미경 검증으로 구직자들을 정밀하게 평가하는 제약사들과 마찬가지로 구직자들도 물밑에서는 기업에 대해 자세히 평가하고 있다. 특히 일부 구직자들은 최근 강조되는 워라밸은 물론 사내문화가 어느정도 융통성이 있는지를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면접을 통해 일부 구직자들이 사내에서 주 52시간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출산휴가나 연차 등은 눈치안보고 쓸수있는 분위기인지 회식에 강제로 참여해야하는지 등을 면접관에게 역으로 묻기도 한 것.

면접을 진행했던 A제약사 면접관은 “면접을 마치고 더 물어볼 것이 없느냐는 질문에 현재 회사가 워라밸을 얼마나 보장하고 있는지에 대해 직접적으로 질문을 해와 조금 당황했다”면서 “다른 면접에서도 몇 차례 질문을 받아 회사라고 다 같지는 않고 직군이나 부서, 팀별로 다를 수 있다고 답변했지만 구직자 분위기도 사뭇 달라진 것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방에서 올라온 B구직자는 “연봉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 이상 워라밸이 기업선택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구직자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부분이지만 눈치가 보여 물어보기는 쉽지않다”고 했다.

특히 일부 제약사들의 면접에서는 신입사원 연봉이나 회사내부 분위기 등 민감한 정보들을 이미 자세히 알고 있는 한 지원자가 이 내용이 맞는지 확인요청이 들어오기도 했다. 해당 제약사 관계자는 민감한 내부정보를 확인해 줄수 없다며 정중히 거절했지만 면접이 끝날때까지 진땀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이에 C제약사 관계자는 “업계로 진출하고자하는 구직자들이 학교 선배 등 인맥을 동원해 사내 복지나 분위기에 대해 이미 현직자 수준으로 자세히 알고있다"면서 "예전처럼 가족같은 분위기라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기보다 출산휴가를 눈치안보고 쓸 수 있는지 연봉은 정확히 얼마정도 되는지를 알고싶어하는 지원자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 52시간제가 제약업계에도 뿌리내리기 시작하면서 워라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는 것이 실감난다"면서 “지원자들이 복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만큼 내년 박람회에는 인재영입을 위해 워라밸을 중시하고 자율적인 사내 분위기를 미리 조성해놔야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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