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훈식 심평원 진료심사평가위원장

- 양훈식 심평원 진료심사평가위원장

[의학신문·일간보사=의학신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평가는 꼼꼼하게 진행된다. 본원과 전국 10개 지원에 의사출신인 90명의 상근심사위원과 대부분 대학교수인 1026명이 넘는 비상근심사위원이 건강보험 심사에 임하고 있다. 여기에 600여명의 심사직원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연간 심사청구 물량은 15억여 건. 이중 70~80%는 전산심사로 이루어진다.

심층판단이 필요한 경우에는 심사직원, 심사위원, 소위원회, 분과위원회의 등 여러 단계의 심사를 거친다. 최종적으로 중앙심사조정위원회(의협, 치협, 병협, 약협 등 관련단체 대표 참석)에서 결정한다.

그동안 필자를 포함한 의료현장의 의사들은 의학적 판단에 따라 진료를 했는데도 심사평가원이 자체 심사기준이나 사례별 심사를 통해 어떤 경우는 인정하고, 어떤 경우는 삭감하는 소위 ‘심평의학’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심평의학이 의사의 소신 진료와 진료 자율성을 침해하고 의료 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심평의학이 존재하는 한 정부가 보장성 정책을 강화하더라도 의사는 심사삭감을 우려하여 진료를 기피하거나 비급여 진료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대한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까지 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사평가원은 지난 40여년 동안 고수해오던 건 단위의 기준적합성 심사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해 왔다. 지난해 의료계, 가입자 등으로 구성된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개편 협의체’를 발족하여 개편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12월 27일에는 건정심에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개편방안(안)’을 보고하고, 올해 세부 준비과정을 거쳐 8월 1일부터 고혈압, 천식, 슬관절치환술 등 7개 주제를 대상으로 한 분석심사 선도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필자가 위원장으로 취임 후 분석심사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았을 때, 그간 의료계의 문제제기 사항을 수렴하려는 많은 고민이 녹여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첫째, 현행 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중심의 심사결정에서 의료계가 직접 참여하는 개방형 전문가심사위원회 심사결정구조로의 전면 개편한 점이다. 이는 심사의 공정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둘째, 급여기준 적합성 심사에서 임상진료지침, 교과서 등 의학적 근거에 의한 심사로 전환하고 해당 근거는 모두 사전에 공개해 환자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진료가 가능하도록 한 점이다. 개편 초기에는 진료비 심사조정이 상당히 줄겠지만, 의학적으로 필요한 진료는 충분히 제공함으로써 발생 가능한 합병증 등을 사전에 예방하는 효익적 측면이 더 클 것으로 확신한다.

심사평가원은 적정 진료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하기 위해 분석심사를 시작으로 새로운 심사방식을 계속 고민하고 확대해 나갈 것이다.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심사과정에 담아 개선하고 발전시켜 가야 하기에 우리나라 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 대승적 결단과 참여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진료심사평가위원장으로서 분석심사뿐만 아니라, 현행의 건 단위 심사에 있어서도 심사평가원의 해묵은 숙제였던 불명확한 급여기준 고시와 비공개 심사사례 등을 일제히 정비하기 위해 별도의 전담팀을 구성한다. 연말까지 고시개정과 심사지침화를 하고, 앞으로 모든 심사기준은 사전에 공개하고 심사에 적용함으로써 심사의 투명성과 예측성을 높이도록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의료계에서도 심사평가원과 필자를 믿고 많은 의견개진과 적극적 참여를 당부드린다. 이를 통해 심사평가원과 의료계 간 신뢰회복과 국민 건강권 보장의 동반자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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