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단가 낮춰 예산 책정…'공급명령'까지 동반되면 손해보고 무조건 공급해야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4가 인플루엔자 백신의 국가예방접종 적용이 가시화됐다. 다만 정부가 잠정적으로 책정한 단가가 너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근심이 가중되고 있다.

2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백신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인플루엔자 4가백신 무료접종을 지원하기로 하고 국가예방접종실시 예산을 올해보다 2.1%(68억6500만원) 늘려 3352억3200만원의 내년도 예산을 편성했다.

4가 인플루엔자 백신 무료 접종 대상군은 만 6개월 ~ 12세 어린이, 임신부, 만 65세 이상 어르신으로 사실상 3가 백신의 영역을 모두 대체하게 된다. 내년도 4가 백신 대상 인원 예상수는 1412만명으로, 올해 1375만명보다 37만명 늘어난 수치다.

의료계가 유행균주의 예방범위가 넓은 4가 백신 도입을 줄기차게 주장했던 것과는 달리, 백신제조업계의 속내는 복잡하다.

특히 백신업계가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다름아닌 ‘단가’다. 질병관리본부와 기획재정부는 상호 협의를 통해 도출한 정부 예산안에서 상당히 낮은 가격을 단가로 책정해 예산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백신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폐기 비용 처리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단가마저 낮게 책정된다면 ‘손해를 보면서 공급해야 한다’며 우려한다.

게다가 손해를 본다고 팔지 않을 수도 없다. 최근 정부가 백신을 공공재로 바라보는 관점을 강화하면서 ‘공급명령서’를 제도화, 업체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입장에선 지정된 가격에 무조건 납품할 수밖에 없다.

국가예방접종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 또한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뽀족한 수가 없다고 토로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지원 인원이 늘어나면서 예산이 너무 늘어나 4가 백신 단가를 다소 낮춰 책정해 예산을 배정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업계에 이 점을 잘 설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선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는 국회에서 예산을 증액, 현실적 단가 책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나중엔 원가조차 보전 못하는 가격으로 공급하거나 아예 품목을 빼버리는 극단적인 사태가 벌어질까 두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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