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비롯해 다양한 유전질환 치료법 단서를 얻을 것으로 기대

[의학신문·일간보사=이균성 기자] DNA 위를 다니며 손상을 찾는 단백질의 이동 원리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생명과학부 이자일 교수팀이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 올란도 쉐러 교수팀(UNIST 특임교수)과 공동 연구를 통해 'XPC-RAD23B' 단백질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XPC-RAD23B 단백질은 우리 몸속에서 DNA 손상을 탐색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단백질이 어떻게 손상 부위를 찾는지는 확인된 바가 없었다.

XPC-RAD23B가 DNA 위에서 손상 부위(CPD)를 찾는 과정 개략도

연구진은 'DNA 커튼'이라고 불리는 단분자 분광학 기술을 이용해 DNA 위에서 움직이는 XPC-RAD23B 단백질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그 결과 이 단백질이 DNA를 따라 움직이며 손상 부위를 확인한다는 것이 밝혀졌고, DNA 위의 다른 단백질을 피하기 위해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것도 관찰됐다.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는 자외선이나 유독물질에 쉽게 손상되고 변형된다. 이런 손상에도 돌연변이를 갖지 않는 건 우리 몸속에서 손상된 DNA를 빠르고 정확하게 원상 복구하는 '뉴클레오타이드 절제 복구(NER)'가 계속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 복구는 다양한 단백질들의 상호작용으로 진행되는데, XPC-RAD23B 단백질이 손상 부위를 확인하는 게 시작점이 된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DNA 손상으로부터 유래하는 피부암, 색소성건피증 등 다양한 유전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분자생물학적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자일 교수는 "현재 현미경 기법으로는 세포핵 내에서 일어나는 단백질과 DNA의 상호작용을 정확하게 관찰할 수 없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는 DNA와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보다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의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Nucleic Acid Research'(IF: 11.56)' 8월 2일자 온라인에 게재됐으며, 중대한 발견(Breakthrough Article)으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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