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실태조사', 복지부-전문학회 중복 평가 큰 부담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이원화된 수련환경평가를 일원화해야한다는 전공의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련 관련 평가는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시행하는 ‘수련환경평가’와 해당 전문과목학회에서 시행하는 ‘수련실태조사’로 이원화돼 있다.

여기서 문제는 이 두 가지 평가의 항목 대다수가 중복돼 현장에서 전공의들이 수련시간을 쪼개 동일하거나 비슷한 업무를 반복해야하는 고충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이승우)는 현재 수련환경평가 관련 인식 및 문제점 파악을 위해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8일까지 전공의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중복되는 평가 준비가 오히려 전공의 수련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응답자 224명 중 91.96%가 ‘수련 관련 평가 준비가 수련에 방해가 됐다’라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로 서류 준비 등으로 인한 시간 부족(84.38%), 준비로 인한 상사의 압박(59.82%), 초과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59.38%)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평가 준비에 24시간 이상 소요됐다고 응답한 비율이 절반(47.18%)에 육박했으며, 초과 근무를 했다고 답한 비율도 3명 중 1명을 넘어섰다(33.48%). 평가 준비에 1주일 이상이라고 답한 전공의도 다수였다. 심지어 1달 이상 준비하는 전공의도 확인됐다.

수련 관련 평가가 두 가지인 것을 인식하지 못한 사례도 많았다. 전체 응답자 301명 중 42.52%가 2019년 수련 관련 평가가 두 가지인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

평가가 객관적이고 정확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19.64%에 그쳤다. 이는 ‘형식적이고 불필요한 서류 작업’, ‘지나치게 높은 목표’, ‘대형병원 위주의 서류 준비’, ‘실질적인 수련환경에 대한 의견 반영 어려움’ 등이 주된 이유였다.

반면 응답자의 80.8%가 수련 관련 평가가 실질적인 수련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두 평가를 일원화하는 방안에는 93.3%가 찬성했다.

전공의 A 씨는 “각종 서식이나 자료, 통계 등을 온라인으로 일원화, 단순화해서 불필요한 서류 작업이 줄어들면 좋겠다”고 하였다.

전공의 B 씨는 “수련환경 평가를 하는데, 이를 피교육자 신분인 전공의가 준비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교육자인 교수에 대한 평가도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전공의가 익명으로 평가를 입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전협은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실질적인 하나의 수련환경평가 개발과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방법 등에 대해 정부 및 관련 단체와 논의할 예정이다.

이승우 회장은 “전공의법이 시행됐음에도 기존의 이원화된 평가구조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어 현장에서는 전공의들이 대부분 평가를 준비하다 보니 이중고를 겪는 실정”이라며 “수련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반 비용에 대한 재원을 지원하고, 학회는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수련환경평가와 학회별 평가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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