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예방 위한 병원 시스템 부족 지적…유가족에 2억 3천여만원 배상 주문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디클로페낙 성분 주사에 대한 약물 부작용 반응으로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해당 주사제 처방을 내린 의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한편, 해당 의사를 고용한 병원이 유가족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약물에 대한 부작용을 방지할, 환자의 과거 병력에 대한 병원 조사 시스템이 미비했다는 이유에서다.

환자 A씨는 2016년 11월 15일 오른쪽 발목을 다쳐 다음날인 11월 16일 충북에 위치한 B병원에 내원했다. B병원의 신경외과 전문의 C씨는 A씨를 진찰하고 엑스레이 촬영 등 검사를 한 다음 오른쪽 발목 부위의 인대손상을 진단하고 주사약으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의 일종인 ‘디클로페낙’ 성분의 주사제 ‘로페낙-주 2ml(디클로페낙나트륨)’를, 먹는 약으로 엔클로페낙정(아세클로페낙), 에페신정(에페리손염산염), 케이비피드정(레바마피드)을 처방했다.

C씨의 처방에 따라 간호사 D씨는 A씨에게 ‘유니페낙’ 2cc를 주사했다. C씨가 환자에게 처방한 로페낙과 D간호사가 A씨에게 주사한 유니페낙은 모두 디클로페낙나트륨을 주성분으로 하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 주사제로 성분은 동일하고 제품명만 다르다.

이후 A씨는 병원 근처 약국에서 약사에게 처방전에 있는 약과 위 쪽지에 적힌 약의 성분이 같은지를 묻고, 약사가 성분이 거의 비슷하다고 하자 약을 먹으면 안된다며 A씨의 동거인인 E씨와 함께 병원으로 되돌아갔다. 디클로페낙 부작용에 관해 의사 C씨에게 말하는 사이 A씨는 전신경직 및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이후 응급실로 실려가 디클로페낙 과민반응에 대한 약물 투여 및 석션카테터, 기관내삽관술, 심폐소생술, 제세동술 및 전기적 심조율전환, 산소흡입 등의 처치를 받았으나, 같은 날 오후 4시경에 심근경색 및 과민성 쇼크 의증으로 사망했다. 부검결과 A씨는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추정되었다.

망인인 A씨의 유족들은 자신들에게 3억 6백여만원에 대한 금액을 보상할 것을 병원 측에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청주지방법원 민사재판부는 우선 의사 C씨에 대해 환자에 대한 사망결과를 예견하고 회피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의사는 약제를 처방하거나 주사하게 하기 전에 환자에게 혹시나 발생할지도 모를 부작용에 관하여 미리 대비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하고, 해당 약제를 주사하거나 복용하도록 한 후에는 사후 관찰을 하고 의학적으로 기대되는 적절한 사후치료를 다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면서 ”A씨는 과거 심혈관계 질환의 일종인 심근경색 진단을 받아 스탠트 시술을 받은 후 심근경색치료제를 장기간 복용하고 있었는데, 디클로페낙 성분이 있는 유니페낙의 경우 중대한 심혈관계 혈전 반응을 증가시키는 등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에는 더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의사 C씨는 망인의 과거병력 및 투약력을 문진이나 기타 방법으로 파악하지 않은 채 만연히 디클로페낙 성분의 ‘로페낙-주 2ml’를 근육주사하도록 처방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원은 의사 C씨가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C씨가 디클로페낙 성분의 주사제 처방 전에 망인이나 그 보호자에게 위 투여하는 주사제로 인한 부작용 및 합병증, 다른 치료 방법 및 치료하지 않을 경우의 예후 등에 대한 설명을 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그러나 개인인 C씨에게만 책임을 부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B병원이 내원한 환자에게 정형화된 문진표를 작성하게 하는 등의 시스템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원은 C씨의 사용자인 B병원에게 배상책임을 부과했다.

그러나 아나필락시스 쇼크에 의한 사망사고가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점과 A씨가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의사에게 자신의 질병 증세, 병력, 체질 등 진료에 필요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고지할 필요도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85%의 책임만을 인정, 2억 3천여만원을 배상할 것을 병원에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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