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클렉스타정 2차 치료 실패 환자 생존 기간 연장 혜택 기대
비급여로 환자 접근성 떨어져…환자군 많지 않아 정부 부담 적을 듯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치료 옵션이 없던 3차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에 새로운 치료 옵션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지만 비급여라는 걸림돌로 환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 동안 2차 치료 이후, 치료 옵션이 없어 지속적인 치료가 불가능 했는데, 지난 5월 국내에도 후속 치료제로 경구용 B세포 림프종(BCL)-2 억제제인 ‘벤클렉스타정(성분명: 베네토클락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국내에서 가장 희귀한 혈액암 중 하나로 다른 백혈병 대비 적은 환자수이다 보니 최근까지도 질병과 치료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낮았다.

또한 평균 발병연령이 72세로 상대적으로 전신상태가 좋지 않은 65세 이상의 고령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점도, 그간 적극적인 치료가 이루어 지지 않은 주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문제는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재발률이 높아 1차 치료를 마치고 5년 이내에 재발하는 환자가 50%를 웃돌며, 이들 환자의 기대여명은 10~19개월에 불과하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엄기성 교수는 “국내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 시 지난해 2차 치료(표적치료제)에 급여가 적용됐는데, 해당 약제가 급여 된지 1년이 지나면서 최근 진료현장에서는 해당 치료에 불응하거나 재발하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2차 치료에도 재발한 환자 경우, 처음 재발했을 때보다 예후가 더욱 좋지 않아 조속한 후속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재발 환자들의 부정적 예후나 삶의 질 저하 등을 고려할 때, 이들의 생명 연장을 위한 지속적인 치료는 필수 요소다. 그 동안에는 치료 옵션이 없어 치료 기회가 제한되어 있었으나, 신약 도입을 통해 한계 없는 치료가 가능해진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벤클렉스타정’는 BCL-2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암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것을 막는 새로운 기전의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경구용 치료제이다.

국내에서는 화학면역요법 및 B세포 수용체 경로 저해제에 재발 또는 불응인 환자의 3차 이상 치료에서 단독요법으로 승인 받았으며 1, 2차 치료에 재발·불응인 환자에서 유효성 및 안전성을 확인했다.

‘벤클렉스타정’는 B세포 수용체 억제제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M14-032)2과 이전 치료 경험이 있는 17p 유전자 결손인 환자들(M13-982)을 대상으로 한 2상 임상연구를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엄기성 교수는 “최근 3차 이상에서 쓸 수 있는 새로운 기전의 신약이 등장하면서 이에 다음 치료 대안이 없어 포기할 수밖에 없던, 이미 두 번 이상의 치료에 실패한 국내 환자들도 효과적인 치료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엄기성 교수는 “다만, 치료제가 있더라도 급여가 되지 않으면 고령의 환자가 비급여의 높은 치료 비용을 감당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크다. 따라서 이제는 단지 경제적인 문제로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환자 수가 적은 희귀질환이고 3차 이상 치료 단계로 좁혀진 환자군에서 필요한 약제인 만큼, 정부가 부담해야 할 사회·경제적 비용이 높지 않아, 환자들이 빠르게 신약의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