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놈편집기술 이용…유전자 작용 억제로 남성용 피임제 기대

美·日 공동연구팀

[의학신문·일간보사=정우용 기자] 유전자를 효율적으로 조작하는 게놈편집 기술을 이용해 정자의 수정능력을 조절하는 유전자그룹이 밝혀졌다.

미국 베일러의대와 일본 오사카대 공동연구팀은 이들 유전자를 자세히 조사하면 남성불임의 원인규명과 치료법 개발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유전자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물은 남성용 피임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논문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사람에는 주로 정소에서 작용하는 유전자가 약 1000개 있다. 이들 중에는 기능이 유사한 '패밀리'로 불리는 유전자가 있어, 어느 유전자가 작용하지 않아도 다른 유전자가 기능을 보완하고 수정능력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유전자를 1개씩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기존 연구방법으로는 불임의 원인유전자를 규명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게놈편집기술로 패밀리 유전자를 통째로 제거하고 기능을 보완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실험에서는 '페이트'라는 유전자패밀리 가운데 9개의 유전자를 동시에 파괴한 수컷 쥐를 여러 마리 만들고 정상 암컷과 교배시켰다. 그 결과, 정자 단백질에 이상이 발생해 난자와 결합할 수 없게 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시스타틴' 유전자패밀리에서도 유전자 8개를 동시에 제거하자 같은 증상을 보였다. 양쪽 모두 보통 100%에 가까운 임신율이 10% 이하로 저하하고 태어나는 새끼의 수도 크게 줄었다.

연구팀은 사람에서도 이러한 메커니즘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앞으로는 제거한 유전자를 1개씩 되돌리는 등의 방법으로 패밀리유전자 가운데 특히 중요한 유전자를 밝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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