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연군발·군발두통 환자, 고통 및 삶의 질 유사…군발두통 진단기준이 증상·고통 제대로 반영 못해

[의학신문·일간보사=한윤창 기자] 군발두통 진단기준 중 1가지를 충족하지 못해 '개연군발두통' 진단을 받은 환자가 군발두통 환자보다 더 오랜 시간 두통발작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신경과 손종희 교수 연구팀은 '한국 군발두통 레지스트리 데이터'를 이용해 2016년 8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전국 15개 병원에서 군발두통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159명의 데이터를 조사·분석한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프론티어 인 뉴롤로지'에 게재됐다.

연구 결과 전체 중 12.6%(20명)는 개연군발두통 환자였으며, 이들은 군발두통 환자보다 더 오랜 시간 두통발작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평균 두통발작 지속시간을 비교해보면 군발두통 환자군(139명)은 94.3분(±52.9)인 반면, 한 가지 증상기준이 부족한 개연군발두통 환자군(20명)은 163분(±164)으로 1.7배나 더 길었다.

개연군발두통 환자들이 군발두통 환자보다 평균 69분 더 두통발작을 겪었다는 것이다. 일부 개연군발두통 환자는 두통발작이 최대 600분까지 지속되기도 했다.

또 개연군발두통 환자들은 군발두통 환자들이 겪는 증상과 고통의 정도가 다르지 않았다. 두통으로 인한 영향을 평가하는 HIT-6(Headache Impact Test-6) 검사에서 군발두통과 개연군발두통은 각각 68.1(±7.7), 63.9(±11.2)로 점수의 평균값은 큰 차이가 없었다(p=0.117).

환자들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EQ-5D 검사에서는 두 환자군 모두 0.85(±0.14)로 동일한 점수가 나왔다(p=0.640). 이외 불안검사(GAD-7), 우울검사(PHQ-9), 스트레스검사(PSS-4) 모두 군발두통과 개연군발두통 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손 교수는 연구 결과에서 국제두통학회가 제시해 국내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군발두통 진단기준이 국내 군발두통환자의 증상과 고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 논문에 의하면 개연군발두통 환자 20명 가운데 37%(6명)는 '군발두통 진단기준'인 두통 지속시간 15~180분보다 더 긴 시간 두통발작을 겪었다는 이유로 군발두통의 전 단계인 개연군발두통 진단을 받았다.

손종희 교수는 "개연군발두통은 현재 두통의 진단·분류에서 군발두통의 진단 기준을 맞추지 못했지만, 두 질환은 임상양상, 동반질환, 삶에 미치는 영향 등이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 교수는 “전형적인 군발두통 기준에 충족되지 않아서 제때에 정확하게 진단을 못 받거나 치료가 늦추어 지는 경우가 있다”며 “개연군발두통은 방치하면 군발두통으로 진행될 수 있고 군발두통 환자가 느끼는 삶의 고통과 유사하기 때문에 진단·치료·지속적인 관리가 군발두통과 동일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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