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사대표자대회, '강-온' 내부 온도차로 총파업 논의조차 못해
강성 구호 앞세우며 '로드맵도 없이 집회 강행했다' 지도부에 비판 여론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의료계 내부적으로 지난 18일 진행된 ‘전국의사 대표자대회’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이날 대표자대회에서는 투쟁 방향을 논의하기는커녕 행사 내내 집행부의 투쟁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며, 대립하는 모습만 보였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는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에 대한 방향성을 잡고,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지난 18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전국의사 대표자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표자대회는 각 지역, 직역 의사회 임원 등 350여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의협 집행부에서는 구체적인 투쟁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은데다 당초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됐던 ‘전국의사 총파업’ 실행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없었다.

이에 따라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대표자대회의 목적과 취지에 대해서 의문을 내비치고 있으며, “무의미하고, 실효성 없는 단순 행사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대표자대회를 개최한 이유를 모르겠다. 일부 대표자들이 자신들의 영역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투쟁에 나서겠다고만 했지 정작 투쟁 방향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또 직역의사단체 한 임원은 “집행부가 로드맵도 없이 대표자대회를 열어 투쟁만 외쳤지 사실상 방향성은 논의할 수 없었다”며 “최대집 의협회장이 무기한 총파업과 투옥을 각오했지만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알 수가 없다”라고 토로했다.

심지어 대표자대회에서는 의료계 투쟁을 이끌고 있는 최대집 집행부에 대한 불만도 여실히 드러나 향후 투쟁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의쟁투 대의원회로 이관해야=우선 대한병원의사협의회(회장 주신구)는 이번 대표자대회에서 최대집 집행부가 투쟁에 대한 결과물이 없다며 강력하게 비판하고, 의료계의 투쟁을 대의원회로 이관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신구 회장은 “최대집 집행부는 문케어를 저지하겠다면서 복부 MRI 협상, 비뇨생식기 급여화 대책회의에 보험이사들을 참석시켰다”며 “게다가 정부의 커뮤니티케어와 만성질환관리제는 협조하면서 원격의료를 저지한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형식적인 투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에서 의쟁투 해산 권고안을 내놨던 것이며, 이제라도 대의원회에서 만든 의쟁투로 투쟁을 준비해야한다는 게 주 회장의 설명이다.

아울러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도 “의협 집행부가 지난 임기동안 반성할 부분이 없는지,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를 살펴봐야한다”며 “구체적인 비전을 집행부가 제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의협 투쟁 도와야…미진한 회무엔 쓴소리=다만 최대집 집행부 투쟁에 힘을 실어줘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만 이들 역시 의협 집행부의 미진한 회무나 행보엔 쓴소리를 가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좌훈정 보험부회장은 “최대집 회장의 진정성을 믿고, 의협 집행부가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하지만 열심히 했다는 것과 결과가 좋다는 건 다른 문제”라며 “집행부는 아직 준비가 안됐다고 하지만 투쟁 역사에서 준비돼서 투쟁을 했던 때는 없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남 탓하는 투쟁이 돼서는 안 된다. 남 탓은 포퓰리즘인 정부여당이나 잘하는 것”이라며 “최대집 회장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투쟁에 나서겠다고 한다.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집행부를 도와 투쟁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도 “집행부는 투쟁의 열기가 약하다고 변명해선 안 된다”며 “시도의사회 등의 협조를 바탕으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투쟁 열기를 끌어올려야한다”며 조언했다.

이어 그는 “투쟁 열기가 극대화되면 얼마든지 우리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다”며 “다만 의협 집행부가 투쟁 및 협상 전반에 대한 완벽한 로드맵을 만들어 추진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협의 투쟁 방법론과 방향성을 두고 의료계 내부적으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향후 최대집 집행부가 어떠한 로드맵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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