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진료과 전파사례 다수 보고돼 안심할 수 없어’…정부 지원 전제 속에 ‘세분화 필요’ 주장도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매년 잠복결핵검진을 실시해야 하는 의료기관 종사자의 범위가 불분명한 가운데 의료계 내에서도 검진 실시 적용 범위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현실적으로 직접 진료에 포함되는 진료과 및 종사자로만 최소화시키자는 주장과 모든 대상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이들 모두 ‘정부 지원’의 전제 속에 제도가 안착되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19일 질병관리본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형외과‧외과 등 결핵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는 진료과 개원가를 대상으로 ‘매년 잠복결핵검진 의무화’ 대상인지를 질병관리본부에 물어보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규정상으로는 매년 잠복결핵검진 실시 대상은 결핵검진‧진료 등을 실시하는 의료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비진료과 또한 결핵환자가 내원할 수 있고 진료 또한 가능하기에 유권해석을 내려달라는 것이 이들의 속내다.

비진료과들의 질의에는 의료기관 내 결핵 전파에 대한 두려움도 포함돼있다. 실제로 감염내과 관계자들에 따르면 비진료과에서 무증상 결핵환자가 내원에 의료기관 내에 결핵이 전파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돼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관계자는 “결핵을 가진 환자가 다른 질환으로 인해 직접 결핵을 진료하지 않는 의료기관을 내원, 의료기관 내 종사자에게 전파되는 사례가 다수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감염관리와 적극적인 국가결핵예방관리 측면에서 보자면 의료기관 내 종사자 전부에게 매년 실시하고 잠복결핵을 치료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최소 적용’부터 ‘전부 매년 실시’까지

의료계와 정부가 도출할 수 있는 방안은 몇 가지로 나뉜다. 가장 먼저 대두되는 것은 규정의 ‘최소 적용’이다. 누구라고 인정할 수 있는, 결핵환자로부터의 노출이 잦은 종사자만 적용하는 방식이다. 폐결핵 등을 진료하는 호흡기내과만 적용하는 방식 등이 꼽힌다. 나머지 진료과 등은 종사자 채용 시에만 잠복결핵검진을 실시하게 된다.

이 방식은 정부의 지원 없이 의료기관의 부담을 최소화 하기 위한 방안에서 출발한다. 한 호흡기내과 교수는 “의료기관의 부담이 상당하다”면서 “종사자가 백 명 남짓한 요양병원 등에서는 전 직원이 잠복결핵검진을 실시하면 매년 몇 백만원의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방안은 매년 의무 검진 적용 대상을 세분화하는 형태이다. 대한감염학회 관계자는 “진료과 별로 결핵관자 접촉 빈도수를 세분화해 잠복결핵검진의 대상 시기 등을 조율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이 방안은 좀 더 세밀한 대상군 선정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세부 규정을 정하는데 있어서도 각각의 진료과 및 대상군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릴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 병원 경영진은 “결핵이 원내에 퍼지는 것은 누구라도 원치 않겠지만, (주관적 판단이라는 전제 하) 실효성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는 방안을 규정으로 못박아버리는 것을 누가 달가워하겠냐”면서 매년 의무 검진 대상군에 포함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전 의료종사자’를 대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무증상 결핵전파를 포함, 의료계가 결핵과 맞닿아있다는 점을 감안해 예방적 차원에서 전부 적용하자는 논리다.

이 방안은, 그러나 현재 법령상 ‘종사자에 대한 1회 잠복결핵검진’ 속에서 예외 규정 형태로 매년 잠복결핵검진 의무화 대상군이 설정돼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한 전 의료기관으로 부담이 확대된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예산 소요 생각보다 적은데…의료계의 아쉬움

의료계가 대상군 설정에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한결같이 ‘정부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국가결핵예방관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그 지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일반결핵검진이 아닌, ‘의료인 잠복결핵검진’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올해 지출한 비용은 약 11억3000만원으로, 검사비를 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40%씩 지원하고 자기부담 20%를 더하는 형태였다. 즉, 의료계가 지원받은 비용은 총 22억6000만원인 셈이다. 이 사업은 올해로 종료된다.

이를 두고 의료계는 ‘잠복결핵검진으로 투입되는 총 비용이 크지 않은 시점에서 국가 지원이 끊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전 의료종사자로 잠복결핵검진을 확대해도 국가 입장에선 크게 예산이 늘어나지 않는데, 너무 소극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대한감염학회 관계자는 “결핵 발생 이후 전파되는 과정에서 소요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비용이 훨씬 더 큼에도 불구, 예방 단계에 투입되는 비용을 정부가 너무 아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관계자도 “개별 의료기관 입장에선 검사비용이 부담될 수밖에 없지만, 국가로 보면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비용”이라며 “만약 종사자에게 잠복결핵검진 검사를 했을 때 양성이 나오면 치료하고 끝내면 되지만, 음성이 나오는 경우 매년 불안한 마음 속에서 검진을 계속 해야 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도 고민 중이다. 다만, 예산 지원은 타부처와의 협의 속에 재개되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잠복결핵검진과 관련, 평가‧분석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려는 계획이 있긴 하지만, 검진 비용을 직접 지원하는 내년도 예산은 편성 계획에서 빠져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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