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의료기관 불명확ㆍ비용도 의료기관 부담…법 위반 우려감 확산
복지부, ‘조만간 대상 의료 기관 구체화 등 미비점 보완하겠다'

지난 3월 세종문화회관 에서 진행된 '제9회 결핵예방의 날' 행사. '결핵없는 사회 건강한 국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정부이지만, 목표 이행을 위해 필요한 지원은 실제 구호에 못미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이다.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매년 잠복결핵검진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내용의 ‘결핵예방법’과 관련, 적용 대상군이 불명확해 법 위반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부 또한 뾰족한 대책이 없어 당분간 일선 의료기관들은 법 위반의 경계선상에서 불안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잠복결핵검진을 매년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내용의 ‘결핵예방법 시행규칙’과 관련, 다양한 사례에 대한 법 적용을 할 수 있는 ‘유권해석’ 등을 미처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시행규칙 제4조를 살펴보면 결핵환자를 검진‧치료하는 의료인, 결핵환자를 진단하는 의료기사, 결핵환자 진료를 보조하는 간호조무사(제정 고시, 10월 시행 예정)는 매년 의무적으로 잠복결핵검진을 실시해야 한다. 위반시 법 34조에 따라 기관장에게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잠복결핵검진 의무화는 2016년부터, 과태료부과는 작년부터 적용됐다.

문제는 ‘어느 의료기관이 매년 잠복결핵검진을 실시해야 하는지’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시행규칙에 명시된 ‘결핵환자를 검진‧치료하는 의료인’은 포괄적 의미로, 가장 좁게는 결핵전문병원 종사자부터 가장 넓은 의미로는 결핵환자가 내원할 가능성이 있는 일반 개원가까지 적용될 수 있다.

법 해석이 불분명해 ‘그냥 안하면 어때’라며 무시할 수도 없다. 지난해 강화된 법에 따라 검진을 실시하지 않은 의료기관장은 2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한다.

복지부, '올해로 검진비용 지원도 끊겨 고민…일단 구체적 범위 논의해보겠다'

이렇듯 해석이 다를 수 있음에도 불구, 법령을 정비해야할 복지부는 아직까지 쉽사리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행규칙에서 잠복결핵검사로 지정돼있는 면역학적 검사방법, 즉 인터페론감마 분비검사(IGRA)는 검사비용이 약 5만원 수준이다.

즉, 기관장이 매년 종사자당 5만원씩 검사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간 국가에서 지원됐던 결핵검진비용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지원이 종료된다.

정부는 지난 2017년 건강증진기금에서 160억원의 결핵검진비용을 지원했지만, 이마저도 후반기에 지원이 조기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의료계 입장에서는 최소 매년 160억원 이상의 검진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의료계의 부담이 증폭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복지부 또한 ‘어느 수준까지 의료계에게 부담을 지울 수 있을까’에 대해 섣불리 결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 등에서는 의료계의 부담을 지속적으로 완화하기 위해 건강보험재정에서 결핵검진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관련 학회 등과 논의해 잠복결핵검진을 매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의료기관을 구체적으로 분류해 FAQ나 유권 해석,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안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까지 협의체 구성 등의 가시적 움직임이 있는 것은 아니고 복지부가 자체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수준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과태료 부과 건수가 한 건도 없긴 하다”면서 “법 규정이 애매할 수 있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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