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發 개정령안 입법예고에 ‘선의의 범법자 양산 우려' 지적

식약처 전경

[의학신문·일간보사=이종태 기자] 요양기관에서 마약류 의약품에 대한 취급기준을 강화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두고 의약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처벌기준이 강화되면서 일부의 일탈을 막기위한 조치가 결국 선의의 범법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이의경)는 최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를 진행했다.

개정안은 ▲마약류 취급자의 거짓보고 ▲취급업자의 처방전 내용 미준수 ▲2년간 처방전 미보관 ▲마약류 저장시설 점검부 구비유무 ▲종업원에 대한 지도의무 소홀로 인한 도난사고 등 유책사유에 대한 처벌규정을 담고있다.

식약처는 마약류취급자가 마약류를 업무목적 외로 제조, 수입, 매매, 조제, 투약 등을 하거나, 거짓으로 마약류 취급내역을 보고하는 위법사항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해, 마약류 오남용에 대한 폐해를 방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다소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종업원에 의한 마약류 의약품 도난사고에도 관리자의 관리감독 의무 미준수를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예고된 개정령안에서는 관리자의 소명절차나 입증기회가 언급되지 않아 자력구제 역시 불가능한 상황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도난사고가 발생하면 1차 위반시 업무정지 3개월, 2차 위반시 업무정지 6개월, 3차 위반시 업무정지 9개월, 4차 위반시 업무정지 12개월로 처분의 강도가 매우 높아 과중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이상훈 회장은 “일부 직원의 일탈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는 개정령안에 대해서는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일반 회사원이 잘못을 했다고 회사의 문을 닫게 만드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의 취지에는 동의하고 있으나 정신과 쪽에서만해도 디아제팜, 졸피뎀 등 다양한 종류의 마약류의약품을 관리해야 한다. 제약사별로 따지면 수십종의 의약품을 관리해야하는데 작은 실수로 인해 영업정지를 받게 된다면 결국 가뜩이나 부족한 병의원들의 행정력마저도 분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약사들 역시 처벌이 과도하다는 설명이다. 약사회 이광민 정책이사는 “식약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 도입 이후 행정처분에 대한 기준이 완화됐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번 사안으로 오히려 처벌기준이 강화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에서 수 많은 마약류 의약품을 다루다보면 부득이하게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맞추기 위해 보고한 것과 악의적인 불법유통을 위한 거짓보고는 죄질의 경중이 구분돼야하는데 그런 부분이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의약계에서는 식약처가 현장에서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취급·관리자가 불법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결국 선의의 마약사범으로 전락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의약계의 우려에 식약처도 어느정도 개선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장에서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공감하고 있고 토론하고있다. 다만 의약계에서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인 만큼, 법의 취지에 대해 다들 공감하고 있다면 현장에서 제출된 의견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고민해 볼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식약처는 이번에 예고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령안에 대해 오는 9월 9일까지 의견수렴과정을 가질 예정이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