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균 상계백병원 정형외과 교수

- 장동균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정형외과 교수

[의학신문·일간보사] 2019년 7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이 시행되었다. 이 법안은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직장내 괴롭힘은 모든 직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이지만, 경직된 병원내 문화를 고려해 볼 때 의료계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의료계는 환자의 생명을 직접 다루고 있는 분야이고, 때로는 조그만 실수가 환자의 예후에 치명적 결과를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그 동안 어느 정도의 강압적 분위기는 암묵적으로 인정된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병원내 에는 의사, 간호사, 전공의 등의 의료인 뿐만 아니라, 의료 지원을 담당하는 보건의료인력등의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다른 직장에 비해 직역 간의 보수적인 관계, 공고한 위계 질서 및 의료 현상 특유의 긴장감 등이 강한 병원내 에서 이번에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은 어찌 보면 병원에서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의 도입에 맞추어 많은 병원들이 내부 규정을 바꾸고 처벌 규정의 강화 및 직원에게 홍보 및 교육을 앞다투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법안이 효율적으로 취지에 맞게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업무 수행과정에서 일어난 괴롭힘의 명확한 기준의 확립, 신고자가 불합리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제도 마련, 병원 측의 엄정하고 공정한 처리 절차 등이 필수적이지만,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우리 주변에 만연되어 있는 경직된 병원 조직 문화의 개선이 중요하다.

병원내 의사 간에는 의대생 시절부터 엄격한 선후배 관계를 바탕으로 형성된 도제식 교육으로 인해 선배 교수가 후배 교수에게 부당하고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거나, 교수가 전공의 에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비합리적인 지시나 폭언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같은 전공의 내에서도 고년차 전공의가 저년차 전공의 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거나 폭언, 폭력 등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도 발생하기로 하였다. 특히, 최근에 뉴스에 크게 보도된 것처럼 간호사의 태움으로 간호사가 자살을 하여 사망하는 일도 발생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병원내 괴롭힘은 특정 의료인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의료인 전체가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문제이다. 지금까지 환자의 생명을 다룬다는 점과 열악한 병원 환경을 이유로 어느 정도 묵인되어 왔던 것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니, 어찌 보면 이러한 환경은 의료인 스스로가 더욱 키운 문제일 수도 있다.

병원내 괴롭힘 방지는 병원내 규정과 제도를 바꾼다고 하루 아침에 달라지지는 않는다. 무엇보다도 서로 존중하는 병원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모두는 일방적으로 항상 갑이나 을의 위치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누구나 갑이 될 수도 있고, 또는 동시에 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환자를 생명을 치료한다는 공통적 사명감을 가지고 함께 일하는 동료 의료인으로 상호 존중하는 병원 문화의 정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노력한다면 병원내 괴롭힘은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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