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윤 연세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

- 김소윤 연세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

[의학신문·일간보사] 현재 우리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증강현실 등의 다양한 기술적 발전을 융합하며 급진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발전은 의료의 영역에서도 새로운 방향으로 그 양상을 넓혀가고 있다. 과거 의사는 환자에게 질병 발생 이후의 ‘치료중심’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였다면, 현재는 환자에게 질병 발생이전 다양한 기술을 통한 질병의 예측, 조기 예방을 위한 ‘예방중심’의 건강서비스 제공으로 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환자의 질병의 대한 앞선 진단과 환자 개개인의 유전적 특성과 장·단점을 반영한 ‘정밀의료’와 개인의 유전적 특성뿐만 아니라 평소의 생활습관을 분석하여 질병의 발생을 미리 예측하는 ‘예측의료’는 이미 ‘예방중심’의 건강서비스로 의료서비스로 변화하는 시점에 다가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과거 질병의 치료와 증상의 완화에 초점을 두었던 의사인력의 역할이 기술의 발전을 통해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술발전에 따른 의사인력의 변화에 대하여 가장 급진적인 이야기가 나타난 것은 비노드 코슬라(Vinod Khosla)가 2012년 발표한 ‘TechCrunch’의 기고문이다. 이 글에서 그는 “의사인력의 약 80%가 ‘Doctor Algorithm’에게 자리를 내줄 것”이라고 예견한바 있다. 게다가 2018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이미 의사의 개입 없이도 ‘당뇨병망막증’에 대한 진단을 시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승인하였다. 이것은 이미 의사를 제외한 진단체계의 구축이 미국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진단과 검사 결과 등의 의료영역에서 인공지능 등의 기술이 의사를 대체한다 하더라고 의사의 역할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양한 스마트기기를 이용하여 일상생활에서 1차 보건의료를 포함한 기본적인 보건의료서비스 특히,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의 관리에 활용이 가능하도록 진행하고 있지만 단순한 애플리케이션이나 기기를 만드는 것으로 의사의 역할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기술의 활용은 의사의 진료에 대한 시간적·거리적 접근성을 단축시키고 지속적으로 의사가 환자를 원거리에서 실시간에 가깝게 진료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도록 증강시켜주고 있다. 즉, 지금까지 발전된 대부분의 기술들은 의사의 영역을 대체하기 보다는 의사로 하여금 더 많은 시간을 환자에게 할애하고 환자를 관리하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인공지능, 의사 역할 대체할까?

현재 활용되고 있는 딥 러닝을 통한 인공지능 의사(예; IBM의 Watson 등)는 과연 의사와 경쟁관계로서 의사의 대체재로서의 역할을 할 것인가 역시 이러한 예측의 연장선상에서 논의가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 역시 일부 의료기관에서 암 환자의 진단을 위해 ‘Watson for Oncology’를 도입하여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운용하고 있는 ‘Watson for Oncology’는 의사를 대체하여 사용되기보다는 의사의 진단을 위한 추가적인 보조 의료기기의 수준에서 운용되고 있다. 즉, 이것은 이미 인공지능의 영역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어 인간을 대체하고 있다는 측면보다는 인간이 모두 섭렵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하여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의 발전과 도입부분에 있어 보건의료분야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적용을 시도하고 있거나 적용되어 시행되고 있는 기술은 환자의 유전체 분석에 따른 환자 개인 맞춤의료 또는 정밀의료에 대한 검사와 분석, 치료제 개발을 위해 활용되는 유전체 분석기술 및 통합 정보관리 부문일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개인 맞춤형 의학(Personalized Medicine)을 바탕으로 결국 환자 개인에 알맞은 보건의료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하는가의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은 기존에 극복하지 못한 다양한 질병에 대하여 기술의 활용을 통해 진단 및 치료에 대한 개인별 맞춤의료를 실현함으로서 이를 극복하고 다양한 환경적 요소에 의해 나타나는 개인의 생활관리 측면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스마트 의료기기 등의 사물인터넷을 활용하여 관리서비스로 전환하여 이를 접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로 볼 때, 결국 보건의료서 비스의 영역에서 의사의 역할은 기존의 치료중심 의료에서 건강증진을 위한 예방중심의 의료로 변화하며 그 역할과 범위가 오히려 증대될 수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의사 역할 ‘예방중심’으로 전환

특히, 고령사회로의 진입과 건강증진 및 예방서비스로의 변화는 과거 의사가 ‘치료중심’의 역할을 주로 감당했던 것에 비하여 ‘예방중심’의 서비스 제공을 위한 생활습관에 대한 상담 및 관리 영역으로 의사의 역할을 변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의사로 하여금 그 역할을 의학지식과 기술을 기반으로 환자와 의사간의 대화와 소통, 심리적 상담 등을 통해 환자 개인의 신체적·심리적 특성에 맞춘 관찰과 관리가 이루지는 방향으로 전환시킬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러한 환자 접근방식은 의사가 단독적으로 수행하기 보다는 건강관련 전문가, 헬스트레이너, 또는 다양한 건강관리 전문가들과의 유기적인 협력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의사는 의학적 판단과 더불어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여 환자 개인의 특성이 맞는 생활습관의 교정 및 치료 방법을 추천하는 리더로서의 역할이 강조될 것이다.

의사 역할 포괄적으로 증대될 것

결국 기술의 발전을 통한 변화는 단편적으로는 의사에게 환자의 진료 그 자체의 역할을 축소시킬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환자를 상담하고 지원하며 다양한 전문가들의 중심점으로 그 역할은 더욱 포괄적으로 증대될 것이다. 또한 이것은 개인에 대해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의료를 제공하는 가정의학적 관점의 의사인력 공급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전문의 양성을 위한 집중적인 의학기술 습득에서 벗어나 인문학적 관점에서 대화의 중요성, 의사와 환자의 상호신뢰 관계의 지속, 코디네이터로서의 의사의 역할, 고도의 인간적인 의료를 중심으로 의학교육의 방향을 재편할 필요성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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