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대상·범위 등 형평성 논란 우려…충분한 공감대 형성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이종태 기자] 루게릭병, 알레르기성 천식 등 고가의 희귀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금운영을 고려해봐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환자의 치료 접근성과 건보재정 안전성을 모두 만족시킬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2019년 국정감사 이슈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조언했다.

보고서는 지난 2014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위험분담제도(RSA)를 통해 정부가 희귀질환치료제의 안정적인 공급에 노력하고는 있지만, 위험분담제로도 해결이 불가능한 희귀의약품의 경우에는 환자들이 개인부담으로 약가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루게릭병 등 일부 희귀질환 치료제 제조사들은 국내 급여신청을 포기해 국내 환자들은 개인 부담으로 약가를 지불해야 할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희귀질환관리법’을 통해 희귀질환등록체계 구축, 환자 지원 확대, 연구개발 지원 등 희귀 질환으로 인한 부담을 감소시키고자 했으나, 희귀질환 치료제의 보험 등재와 약가 결정, 본인부담률 적용 등 여전히 접근성 완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신약의 급여등재 시 약가의 결정은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기반으로 책정하고 있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는 많은 비용을 들여 연구하고 개발한 신약의 가격을 최대한 높게 받기를 원하는 반면, 정부에서는 건강보험 재정과 치료접근성을 고려해 경제성 평가를 진행해 합의점을 쉽게 찾지 못하는 것이 현실.

특히 희귀질환에 대한 의약품은 약가 수준이 높은 경우가 많아 정부로서도 등재 및 급여화에 대한 부담이 높은 편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희귀의약품이 환자수가 적어 임상시험 과정에 충분한 환자수를 확보하기 어렵고, 임상적 효과성과 안전성에 관한 근거가 불충분한 경우가 많아 약가수준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최근에는 중국과 캐나다 등에서 우리나라를 약가 참조국으로 포함하면서 일부 제약기업은 한국에서 급여받기를 포기하고 있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희귀의약품은 시장 규모가 작아 제약회사에서 예상한 시장규모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시장독점력을 이용해 의약품 공급 중단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면서, “의약품이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되더라도 결정된 약가가 제약회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공급 중단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복지위 국감에서는 리피오돌 공급중단사태 및 의약품 안정 공급 방안에 대한 논의를 위해 게르베코리아의 강승호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당시 남인순 의원은 강 대표에게 환자의 안전을 담보로 약가협상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날선 비판을 이어간 바 있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보험재정과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모두 만족시킬수 있도록 별도의 기금을 운영해야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입법조사처는 “건강보험제도로 보장할 수 없는 치료제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확보한다는 데에는 분명 장점이 있으나, 지원대상 범위 등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으므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희귀의약품은 다른 의약품에 비해 공급 불안정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요, 공급 현황의 실시간 관리 및 대체 가능 의약품 또는 대체 생산 가능 여부 등에 대한 공급 관리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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