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합의 없이 일방강행 웬 말?…규격화 진료 강요-의료비용 통제 지적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의료계 전역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가 지난 1일부터 실시한 분석심사 시범사업에 대해 불만이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7일 “의료계와 합의 없이 일방 강행한 분석심사 시범사범을 즉각 중단하라”고 재차 촉구했다.

정부와 심평원은 의학적 근거와 전문성 존중이라는 이유로 심사평가체계 개편과 이를 위한 분석심사 시범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심평원이 추진하고 있는 분석심사의 대상 질환은 △고혈압 △당뇨병 △만성폐쇄성폐질환 △천식 △슬관질치환술 MRI △초음파 등 7개다. 이에 따라 의사는 고혈압·당뇨병 환자를 진료하면 혈압 결과와 당화 혈색소 검사 결과를 각각 추가로 기입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시범사업은 사실상 의료의 질 평가라는 명목 하에 심사의 범위와 권한을 확대해 규격화된 진료를 강요하고 궁극적으로 의료비용을 통제하기 위함이라는 게 의협 측 지적이다.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근거 중심의 수준 높은 진료는 의사들이 원하는 숙원”이라며 “하지만 합리적 급여기준과 적정보상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행위 질평가부터 심사근거로 활용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심평의학을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급진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강행되면서 의료전달체계 붕괴가 가속화되고, 건보재정이 적자로 전환하는 등 총체적인 의료시스템 붕괴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에서 분석심사 시범사업을 통해 건보재정을 절감하려는 강력한 기전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박 대변인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의협에서는 이번 분석심사 시범사업 일체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며, 시도의사회 및 각 직역단체와 협력해 무력화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박 대변인은 “의료계와 합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사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줄 것”이라며 “시범사업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해 의사회원에게 진료비용 삭감 등의 불이익의 발생할 경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에서도 의협의 시범사업 거부 결정에 적극 지지하는 모양새다.

개원내과의사회는 지난 6일 대회원 서신을 통해 “고혈압, 당뇨 환자 진료 시 복지부의 고시 내용에 나온 측정 혈압수치, 당화혈색소 수치를 MX999란에 기입하지 말고, 이전처럼 진료해달라”고 당부, “수치를 기입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으니 안심하라”고 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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